푸에블로호 승조원, 외교경로로 북한에 배상판결문 송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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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나포됐던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그 유가족이 북한에 판결문을 송달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시도 중입니다. 미국 우체국을 통해 보낸 판결문이 반송된지 4개월 만입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가족이 북한에 총 23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북한에 공식 송달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7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푸에블로호 승조원 측 변호인은 이날 사무처에 서한을 보내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를 통해 판결문을 북한에 송달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원고와 북한 사이에 서류 송달과 관련한 특별한 협의가 존재하지 않고, 북한이 법원 문서 송달 문제에 관한 국제협정의 당사국도 아니기 때문에 국무부를 통한 송달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은 또 북한에 한 차례 판결문 송달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실제 푸에블로호 승조원 측은 지난해 4월 미국 우체국을 통해 리선권 전 외무상 앞으로 판결문과 한글 번역본을 보냈지만 약 1년 후인 올해 4월 판결문이 반송됐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들은 국제특송 서비스 업체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에 보냈지만,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DHL이 관련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면서 미국 우체국을 통한 송달 시도가 이뤄진 것입니다.

푸에블로호 승조원 측은 다만 이러한 시도가 실패하면서 국무부를 통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통상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미국인들은 북 외무성 등이 판결문을 수신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 등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무부를 통한 송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푸에블로호 승조원의 기금 신청이나 배상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판결문의 공식 송달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 : 당사자(북한)한테 통보가 안 된 상태로는 일단 소송 자체가 종결이 안되는 거죠… 기금을 신청하는 것은 (소송 종결의) 다음 단계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게 되죠.

푸에블로호 사건은 지난 1968년 1월 미 해군 소속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승조원 83명을 태우고 북한 근해 동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북한에 강제로 나포된 건입니다.

나포 과정에서 승조원 1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82명은 평양으로 끌려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그해 12월 미국 정부가 북한 영해침범 및 재발 방지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후 풀려났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해 2월 북한이 푸에블로호 승조원 및 유가족 171명에게 약 23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다른 원고들 역시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0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후 이듬해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을 비롯해, 북한이 배후로 알려진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현 벤구리온 국제공항)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도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소장 전달 이외에 다른 방식을 통한 송달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에 2년여 간 억류됐다 풀려나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역시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지난 6월 재판부에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한 소장 전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이상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