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에서 가을철 초모(신병 모집)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모생 부모들은 자녀가 건설 부대로 가게 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9일 “며칠전부터 전국에서 2차 가을 초모가 시작되었다”며 “요즘 각 구역 군사동원부(병무청과 같은 기관)정문 앞에는 동원부의 통지를 받고 찾아온 남녀 청년들로 붐비고 있어 길을 지나가기 힘들 정도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년 4월 1차(봄) 초모에 이어 9월에는 2차(가을) 초모가 진행된다”며 “요즘 3방송(유선방송)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각 구역당 선전부 방송차가 매일 길거리를 오가며 ‘조국보위는 최대의 애국이고 군복무는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며 청년들의 군입대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부터 매 구역병원에서 군입대 명단에 오른 대상자들에 대한 신체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신체검사에서 합격된 청년들은 구역 군사동원부의 담화(면접)를 마친 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도 군사동원부에 집결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다음 주부터 입대 대상자들은 도군사동원부에 최대 10일 정도 머무르면서 최종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담화를 거치게 된다”며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각 부대별로 편성돼 군관(장교)들의 인솔하에 기차를 타고 군부대로 가 신병훈련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가을 초모 대상에는 대학입학 추천을 받아 1차 초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대학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대상, 이전 초모에서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대상, 가정 사정 등으로 사회에 진출해 일하던 대상 등 1차 초모 명단에 빠졌던 청년들이 포함된다”며 “남자들의 군복무 연한이 10년에서 8년으로 줄면서 부족한 병력 보충을 위해 여성 초모 대상이 늘어난 것이 보기에도 느껴진다”고 언급했습니다.
군복무 연한 단축은 2020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돼 현재는 남자 8년 여자 5년으로 변경된 상태입니다.
소식통은 “군 기피자에 대한 통제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며 “군사동원부 군관들이 직접 건강, 가정 사정 등으로 초모 대상에서 빠진 청년들의 직장과 인민반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현장 요해(조사)를 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운흥군의 한 주민은 같은 날 “전국적으로 가을 초모가 시작되었다”며 “이번에 군대에 나갈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어떤 부대에 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4월 1차 초모 때 대부분의 평민 자녀들이 군사건설국을 비롯한 건설부대에 배치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건설부대에 가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며 “건설부대는 말이 군대이지 복무기간 내내 힘들고 어려운 중노동에 시달리는 데다가 전투부대보다 후방물자보급도 낙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힘있고 돈많은 사람들은 뇌물과 빽을 이용해 자식을 편안하고 후방보급이 좋은 부대로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집 부모들은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며 “가끔 만나는 군인들로부터 후방물자보급이 이전보다 더 한심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군대에 나간 청년들의 소중한 청춘시절을 다 빼앗으면서도 이들의 생활형편과 대우를 개선하는데는 너무나 무관심하다”면서 “식량, 피복, 생필품 보급 등 군인들의 생활 형편이 좋아진다면 자녀를 군대에 보내게 된 부모들이 지금처럼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사복무를 마친 군인들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지 않고 외진 탄광, 광산, 농장 등에 마구 무리(집단)배치하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든 부모들은 자기 슬하를 떠나 8년 세월 힘들게 군대 생활을 마친 자식이 따뜻한 고향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평양 내 주택 건설사업과 연포온실농장 건설사업, 또 검덕지구주택건설 등에 군인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전부터 국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발전소 건설이나 도로건설, 광산 개발 그리고 각 지방의 수해복구 등에도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