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탈북자 4명 중 3명은 정신건강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4명 중 1명 꼴로는 우울증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로잔을 기반으로 한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는 30일 ‘탈북자 우울증상 유형 연구(Exploring trajectories of depressive symproms in North Korean defectors)’ 결과를 게재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탈북자 300명의 정신건강을 추적 조사한 연구로, 탈북자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탈북자300명 가운데 76.7%는 안정된 상태거나 우울증상이 가벼운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3% 정도만 기분이 우울한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은 ‘기분부전’을 겪었고, 2%는 공황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회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3% 수준에 그쳤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알코올 남용은 9.3%, 술에 의존하는 알코올 의존은 8.9%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12%는 탈북과정에서의 충격 등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니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4년, 북한 39호실 고위관리였던 아버지와 함께 탈북한 이현승 ‘원코리아네트워크’ 워싱턴 지부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자 4명 중 3명 정도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현승 지부장: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이미 북한에서 최악을 경험하셨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삶은 몇배는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노력하면 부도 이룰 수 있고 즐거움도 찾을 수 있으니까 북한보다는 우울증이나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건강하게 삶을 꾸려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탈북자 300명 가운데 약 23%는 우울증이 높은 수준이거나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이번 연구 결과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탈북한 이후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탈북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충격으로 생긴 ‘트라우마’, 즉 정신적 외상 때문입니다.
연구 대상자의 26.6%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갖고 있어 정신건강 돌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경쟁적인 사회문화와 일자리를 찾는데서 오는 어려움, 자녀 교육비 부담, 자녀와 갈등, 경제적 압박 등 이유로 우울한 것으로 조사돼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알코올 남용이 있는 사람은 17%로, 음주습관 개선을 위한 도움도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연구 대상자 300명 가운데 78%는 여성이고, 평균 나이는 39세였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