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이 북한 내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은 18일 북한 내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은 이날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토론회를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한 일부 주민들의 경우 정치범수용소, 즉 관리소에 격리되는 조치까지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는지를 묻는 질의에 응답자 50명 중 16%(7명, 이하 복수응답)는 관리소 격리가 이뤄진다고 답했고 55%(24명)는 교화소 처분, 46%(20명)는 노동단련대 처분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조사에 응한 북한 주민들 중 42명은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외부의 정보를 접하는 게 더 위험해진 것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이상용 데일리NK 공동대표는 “처벌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용 데일리NK 공동대표: 형량, 처벌과 관련해선 관리소, 즉 정치범수용소를 지칭하는데요. 이런 사례를 들었다고 합니다. 50명 중에 7명입니다. 최고 수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관리소행 사례가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관리소로 끌려간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을 비롯한 외부 영상을 접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50명 가운데 49명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외부의 영상이 어떤 종류였는지에 대해선 96%(48명)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라고 답했고 84%(42명)는 중국의 드라마와 영화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가수의 공연 동영상과 한국의 실화 동영상, 즉 다큐멘터리를 접했다는 응답은 각각 68%(34명), 40%(20명)를 기록했습니다.
외부의 영상을 접하는 빈도에 대해선 매달 한 번 이상이 23명, 매주 한 번 이상이 14명을 기록했고 2~3달에 한 차례는 10명,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명이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외부 영상을 보느냐는 질의에는 90%(45명)가 직계 가족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상용 대표는 “북한이 관련법을 제정했음에도 한류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시청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은 드라마, 영화 같이 연출된 한국보다는 한국의 실제 생활,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 37명은 가장 필요로 하는 외부 정보에 대해선 ‘한국에서 제작한 오락 프로그람’이라고 복수 응답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조선 보도’와 ‘생활 정보 프로그람’이 필요하다고 복수 응답한 북한 주민은 각각 36명, 34명이었습니다.
한국 영상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한국의 옷차림과 말투를 따라하고 한국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등의 다양한 응답이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국민통일방송은 북한 내 라디오 청취와 관련한 조사결과도 내놨습니다. 조사에 응한 50명의 주민 가운데 라디오를 소유한 주민은 9명이었고 라디오 청취 경험이 있다고 답한 주민은 12명이었습니다.
12명 가운데 거의 매일 라디오를 청취한다는 주민은 2명, 매 달 한 번, 혹은 매주 한 번 이상 접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어떤 라디오 방송을 접했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한국방송, KBS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극동방송은 4명,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각각 3명을 기록했습니다. 국민통일방송과 BBC는 각각 1명이 청취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통일방송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0명의 라디오 청취율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도 내놨습니다. 조사 결과(복수응답)에 따르면 탈북 전 라디오를 청취한 경험이 있는 27명 가운데 14명이 KBS를 청취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RFA와 자유의소리, 중국 인민방송 등을 청취해봤다는 응답이 각각 7명을 기록했습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북한 내 라디오 청취 실태와 관련해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라디오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선 여전히 큰 장애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다는 12%의 응답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라디오 채널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매일 (북한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라디오뿐입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주파수와 출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통일방송은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재 북한 주민들이 꼽은(복수응답) 한국의 인기 영상 및 노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 한국 인기 영상의 경우 ‘사랑의 불시착’이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펜트하우스’와 ‘오징어 게임’, ‘아저씨’, ‘기생충’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북한 내 한국 인기 노래의 경우 ‘바위섬’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침이슬’과 ‘사랑의 미로’, ‘친구’, ‘이제서야’가 그 뒤를 이었고 ‘이등병의 편지’와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여섯번째의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한편 국민통일방송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북한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설문조사의 목적과 방법을 충분히 설명한 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사 방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