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법률회사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lobal Rights Compliance∙GRC)는 북한의 여성인권침해 사례를 활용해 북한 내 인권유린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는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북한 당국이 지난 2001년 비준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준수하지 않은 증거들을 기반으로 북한 내 인권유린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온 이 법률회사의 소피아 에반젤루(Sofia Evangelou) 변호사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GRC는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며 유엔총회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방안은 유엔총회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주요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총회 등 유엔 기관들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사건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권고하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북한이 비준하고 있는 소수의 국제 인권 협약 중 하나인데, 북한 당국이 이 협약을 따르지 않고 여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북한의 여성인권 유린 행태에 대한 자문을 요청한다는 겁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판결이라고 볼 수 없지만, 판결에 상응하는 법적, 정치적 권위가 있어 일반적으로 권고에 따르는 조치가 수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반젤루 변호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응할 수 없을 때, 유엔총회가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안보 상황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GRC는 이러한 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달 GRC는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도 “북한 정권이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따르지 않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유엔총회를 통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자문을 요청하는 방안”을 거론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후 구금된 탈북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가 야기할 법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국제사법재판소에 자문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subject-matter of such a request could be for example for the ICJ to advise on what are the legal consequences arising from the human rights practices followed by the DPRK regime particularly against women, including repatriated women detainees, considering the rules of international law, and specifically CEDAW.)
아울러 에반젤루 변호사는 민간인권단체들이 수집한 문서를 바탕으로 “북한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에 대한 수많은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이 조치는 실현가능한 방안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을 통해 (북한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을 추구함으로써 북한 여성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할 수도 있다”며 “민간인권단체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다각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민간인권단체들과 유엔 조약 기구 및 유엔총회, 회원국들의 지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3일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을 강조하며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북한이 비준한 인권 협약을 바탕으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국제형법에 따라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The Special Rapporteur will continue to advocate with the Security Council to refer the situation to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She will advocate for mechanisms of accountability...to address crimes under international criminal law.)
아울러 에반젤루 변호사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하나의 명백한 해결책은 없지만,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관련 문제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계속하면서 북한 당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재와 같은 단기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