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고픈데 무슨 기술혁신” 북 기술자들 ‘개인 장사 금지’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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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기술인재 역할을 중시한다고 선언했지만 기술자들에게 식량 배급도 주지 않으면서 개인 장사마저 못하게 해 기술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8일 “요즘 은산군에서는 공장기술자들의 장사행위를 집중 단속한다”면서 “그제 밤에도 가정용 변압기를 자택에서 제조해 장마당에 팔던 공장 기술자들이 가택수색을 받았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날 탄광기계공장에서 일하는 세 명의 기술자가 가택수색을 당했는데 자택에서 제조해 장마당에 넘기려던 가정용변압기와 각종 자재를 안전부에 회수(압수)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사법당국이 공장기술자들의 장사 물품을 빼앗고 단속하는 배경에는 기술혁신운동으로 국가계획 수행에 한몫을 해야 하는 공장기술자들이 개인 장사에만 몰두하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뽑으라는 당의 방침이 내려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각 공장 당조직에서는 장사를 하거나 자택에서 장사 물품을 만들다 단속된 기술자들을 시범꿰미로 비판무대에 세워놓고 당에서 키워낸 기술인재들이 자기의 기술을 개인 장사에 이용하는 양심 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장기술자들은 국가에 이바지할 기술발명에만 주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요즘 중앙에서는 우리가 경제난에서 헤어나려면 자체 기술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장 기술자들의 기술혁신과 발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정주시 8월풀(스테비아) 가공 공장에는 대학을 졸업한 식품기술자들이 열명 정도 일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당국은 사탕무와 8월풀(스테비아)에서 수입 사탕가루(설탕)를 대신할 수 있는 당 생산공정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발명과제를 계속 부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기술관련 도서를 주야로 연구하고 기술창의안과 발명을 고안해야 하는 공장기술자의 월급이 내화 2,500~3,500원($0.3~$0.42)으로 옥수수 1키로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에 기술자들은 낮에는 공장에 출근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사탕 만드는 기계를 집에 차려놓고 옥수수나 8월풀로 엿이나 당을 뽑아 사탕을 만들어 장마당과 길거리 매대에 넘기며 돈을 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사법당국은 공장기술자들의 자택에 차려놓은 사탕제조 기계를 회수하고 국가 기술발명에만 신경을 쏟으라며 비판 무대에 세우고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기술자들은 식량 공급도 해주지 않고 기술자들을 공장에 묶어놓고 기술 발명에 전념하라고 하면 배가 고픈 기술자들의 두뇌가 돌아가겠냐”면서 “기술인재를 중시한다며 선전만 하지 말고 기술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우를 개선해 달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기술자들이 부업으로 버는 수입은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전기를 전공한 기술자가 변압기를 만들어 팔면 한달에 20만원(약 25달러) 이상 수입을 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비해 사탕제조 기술자는 판매단가가 변압기보다 적어 한달 수입이 쌀 20킬로그램 정도 식량 벌이(10만원, 약 12달러)에 그치고 손전화를 수리할 경우 건당 3만원(약 4달러)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