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의 결혼식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코로나 생활고가 장기화되면서 신랑·신부 양가의 상견례와 결혼식 하객을 위한 피로연이 사라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5일 “요즘 김정숙군 읍에 있는 태양상에는 결혼을 기념해 사진을 찍는 젊은 남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해마다 가을철은 결혼식 계절이기 때문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말은 손 없는(잡귀 없는)날이어서 결혼식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결혼식 상차림을 차리고 인민반 사람들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는 집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장마당 장사도 위축되다 보니 신랑 신부 양가가 주고받던 예장감(예단)과 결혼전 상견례 과정이 간소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올 가을에는 아예 결혼식 상차림과 하객들에 대한 음식 대접도 사라지고 결혼 사진찍는 것으로 결혼잔치를 대체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자녀들의 결혼식 상차림을 간소하게 나마 차리자고 해도 상에 올려놓을 고기와 술, 당과류, 과일, 떡 등이 있어야 하는 데, 최소 내화 30만원($37)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내화 30만원이면 장마당에서 옥수수 1톤을 살 수 있는 돈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생활고로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들이 예복인 조선옷(한복)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한복을 빌려주는 한복 대여소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복과 한복대여비용은 1시간당 내화 3천원($0.36)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원래 알곡을 수확하는 가을에는 쌀과 옥수수가 장마당에 많이 나와 식량가격이 내려가는데다 날씨도 선선해 음식이 상하지 않으므로 결혼의 계절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올 가을은 농사까지 안되어 장마당으로 유통되는 현물알곡이 많지 않다보니 식량가격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면서 “식량가격이 비싸면 고기와 과일 등도 덩달아 비싸져 결혼식과 같은 대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25일 현재 평안남도 안주장마당에서 쌀 1키로 가격은 내화 5,600원($0.68), 통옥수수 1키로에 내화 2,300원($0.28)입니다. 시장환율은 1달러에 8,200원, 1위안에 860원으로 이달 초 시세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처럼 장마당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니 지난 8월부터 코로나 방역이 해제되면서 가정집에서 결혼식과 돌잔치 등 대사를 치루면서 사람들을 초청하는 것이 허용되었으나 결혼식을 하면서 상차림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초청하는 집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자녀의 결혼식을 앞둔 신랑·신부의 양가 부모들은 코로나로 살기도 어려운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예장감 준비와 결혼식 상차림을 없애자고 합의하고, 사진사만 초정해 결혼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의 주요과정을 생략하고 있어 우리의 전통적인 결혼식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