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채소 부족으로 ‘김장’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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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은 북한에 배추와 무 등 김장거리가 절대 부족해 주민들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반년 식량으로 불리는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6일 “요즘 여기(양강도 혜산시)서는 김장철을 맞아 남새를 구하는 일이 전투가 되어 버렸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배추와 무 등 김장거리를 장만하지 못해 김장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겨울이 빨리 시작되는 혜산에서는 이달(10월)초부터 이달 말까지가 김장을 담그는 적기이다”라면서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김장을 마쳐야 하는데 올해는 가을철 남새 농사가 잘 되지 않은데다 김장재료를 마련할 돈도 없어 많은 주민들이 김장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혜산 장마당에서 남새는 좋고 나쁨에 따라서 배추는 1kg당 내화 1,000원~1,500원, 무는 700원~1,000원(내화 8000원이 미화 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채소 값은 작년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작년보다 더 돈이 메말라 김장을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요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배추와 무는 개인텃밭에서 가꾼 남새들로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일부 공장 기업소가 자체 부업지에 심은 배추와 무를 종업원들에게 김장용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고작 세대주 기준 1인당 5kg정도”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김장은 주민들에게반년치 식량과 같다”면서 “이처럼 해마다 배추와 무, 양념을 장만해 김장 담그는 것을 김장전투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행사지만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김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7일 “올해 들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김장을 무, 배추와 각종 양념을 섞어 버무리는 전통방식이 아니라 무 배추를 그냥 소금에 절이는 절임형식으로 하고 있다”면서 “배추, 무도 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고추, 마늘 등 각종 양념을 구해 제대로 김장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가을에 폭우 등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대부분의 농촌에서 가을남새가 잘 안 되었다”면서 “배추와 무 농사도 안 된데다 김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고추농사마저 망치면서 주민들이 김장을 절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는 공업도시로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주로 장마당에서 김장문제를 해결해왔다”면서 “지난 2019년 총비서가 함경북도 인민들의 남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성군 중평리에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했다고 선포한지 수년이 지났으나 그곳에서 재배한 남새는 다 어디로 가는지 구경한 사람이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청진 장마당에서 통배추는 1kg에 내화 1,500원, 무는 1,000원선을 웃돌고 있다”면서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은 배추 시래기까지 사들여 절임 김장이라도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남새 물량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고춧가루는 1kg에 3만원(약 3.75달러), 소금은 2,500원이 넘기 때문에 한 달 로임(일반 노동자) 2천원(약 0.25달러)을 받는 많은 주민들이 김장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청진시는 바다를 끼고 있어 절임김장을 하는 일부 주민들이 바닷물을 염수(짠물)로 대체해 남새를 절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