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영화’ 미 작가 “미군유해 발굴차 방북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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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을 바탕으로 한 미국 영화 '헌신'(Devotion)의 원작 작가 아담 마코스(Adam Makos)는 장진호 전투 당시 전사한 미 해군 최초 흑인 조종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해 북한에 재차 방문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3일 미국에서 영화로 개봉된 ‘헌신(Devotion)’은 마코스가 2015년 쓴 같은 제목의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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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신'에서 제시 브라운 역을 맡은 조나단 메이저스와 톰 허드너 역을 맡은 글렌 파월. /Sony Pictures (Eli AdŽ/Eli Ade)

이 책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 두 해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50년 12월 4일, 최초 미 흑인 조종사 제시 브라운(Jesse Brown)은 북한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에서 작전 중 중공군에 피격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를 목격한 백인 조종사 톰 허드너(Tom Hudner)가 그를 구하고자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브라운은 전사하고 맙니다.

인종 차별이 심했던 당시에도 허드너는 그의 절친한 동료조종사(wingman)였던 브라운을 구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사망한 브라운에게 “꼭 다시 돌아오겠다(We’ll be back for you)”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고 현장을 뜹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해군 생활을 마칠 때까지도 브라운에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마코스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던 허드너의 이러한 사연을 듣고 책 ‘헌신’을 구상했고, 그 과정에서 허드너가 브라운에게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북한을 방문해 브라운의 유해를 찾아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코스는 영화 ‘헌신’의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도운 중개인를 통해 그들도 그해 북한에 입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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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허드너(오른쪽 두번째)와 아담 마코스(왼쪽 두번째)가 제시 브라운의 유해를 찾으러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했던 당시 북한 군인들과 찍은 사진. /아담 마코스

마코스 : 우리는 북한에서 소령 계급의 북한 군인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협상 끝에 그들은 우리가 10일 동안 브라운의 유해 발굴을 위해 추락 현장에 함께 방문할 수 있도록 했고, 70년 동안 그곳에서 실종된 군인들의 유해가 단 한구도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 주변 수색을 도와줬습니다.

다만 당시 7월 장마철을 맞아 북한을 덮친 폭우로 인해 브라운 유해 수색 작업이 어려워, 대신 “10일 간 김정은 총비서와 불꽃놀이를 함께 보는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브라운의 유해를 찾겠다는 집념으로 마코스는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됐을 무렵, 또 북한 외무성 측에 미군유해 발굴단과 북한을 방문해 브라운의 유해를 찾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코스 : 북한에 재방문 허가를 요청했지만 시기가 적절치 못했습니다. 북한이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다른 국가들과 다를 바 없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방문을 요청했을 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처음 북한을 방문했던 당시에는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협상의 물꼬를 트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협력하지 않았지만, 두번째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과도 소통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코스 : 우리는 최근 브라운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DPAA와 관계를 맺고 DPAA 소속 민간 사절단과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북한을 방문한다면 그를 찾는 일을 더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마코스는 “북한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묻는다면, 브라운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북한을 꼭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의 저서이자 영화로 제작된 ‘헌신’이란 작품을 통해 한국 전쟁이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마코스 : 이렇게 한국전을 기릴 수 있게 된다면 한국전을 어떻게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전쟁은 꼭 기억될 겁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