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독일 정부 관리는 독일 연구기관과 북한 대학 간 여러 차례 연구 협력이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DW)는 28일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The Federal Ministry of Education and Research)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과학연구기관 ‘막스 보론 연구소’(Max Born Institute for Nonlinear Optics and Short Pulse Spectroscopy, MBI)가 북한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것이 유엔 대북제재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매체는 해당 연구소가 북한과 과학 분야 협력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로도 김일성종합대학 소속으로 레이저 광학(laser optics) 분야 전문가인 북한의 임성진 교수와 공동 연구 후 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체는 평양에 있는 임 교수와 전자우편을 통해 그가 2008~2010년 막스 보론 연구소를 직접 방문했고, 이후로도 전자우편으로 해당 기관과 연구 협력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막스 보른 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임 교수와 공동 연구해 발표한 논문총 11건이 게재돼 있으며, 이 중 유엔 결의 2321호 채택 이후 2017~2019년 게재된 논문은 5건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그해 11월 30일 북한의 석탄 수출을 봉쇄하는 한편 북한과 의학 분야를 제외한 과학·기술협력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 2321호를 채택했습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식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독일 관리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는 북한과 어떤 연구 협력도 지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이 언급한 이 보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 문제에 대해 더 알아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The Federal Ministry of Education and Research(BMBF) does not maintain any research cooperation with North Korea. We take the report you mentioned very seriously. We will now look into the matter.)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탐사 보도에 대해 알고 있고, 매우 관심이 크다며 해당 사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펜턴-보크 조정관은 다만 현 단계에선 덧붙일 말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최근 몇년간 북한 대학과 외국 연구기관 간 학술 교류 및 과학 협력에 대한 사례를 적발했으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재료과학, 의학, 생물학, 측정 기술 등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노하우(비법)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보도에서 언급한 레이저 광학 연구가 일반적인 민간 과학 프로젝트일 수 있지만 관련 기술과 노하우는 미사일이나 핵무기의 부품 가공이나 측정 장비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과거 한 이란 과학자가 비밀리에 외국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화합물 연구를 한 이후 본국으로 돌아와 우라늄 농축 개발에 나선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막스 보론 연구소는 해당 보도에 대한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이날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본격적인 군사 분야의 발전은 외부로부터 전수한 관련 분야 지식 및 기술의 도움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연구기관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센터가1958년부터 2018년 사이 북한의 국제협력 연구 논문을 조사한 결과 약 1천 150건 중 900건 이상이 중국과의 공동 연구였고, 약 140건은 독일 연구기관과 진행된 것입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