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로 격리된 환자 가족들을 돌본다며 생활봉사대를 조직하고, 주민들에게 봉사 참여와 관련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초부터 읍 소재지와 리 단위(보통 읍 소재지에는 500세대/ 리 단위에는 100세대 정도 거주)마다 4~6명으로 구성된 생활봉사대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생활봉사대의 역할은 코로나로 격리된 확진자 가족의 생활조건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생활봉사대는 지난 5월 초부터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확진자는 시설에 격리하고 환자 가족들도 자택격리 조치가 시행되었는데, 보름 간 자택에 격리중이던 가족중에 허약한 노인이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 발단이 되어 조직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 확진자 격리시설에는 지방정부가 얼마간의 옥수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확진자 가족이 격리된 자택에는 배추 한포기도 공급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집안에 갇혀 돈벌이도 못하고 먹을 것이 없는 노인이 굶어 죽은 사례는 성천군과 천성노동자구에서도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에 주민들의 원망이 높아지자 각 군 방역지휘부는 해당 사례를 국가비상방역지휘부에 보고하고 다시 해당 사례가 중앙에 보고되자 당국은 평양을 포함해 전국 지역에 코로나 생활봉사대를 조직하고 노인을 비롯한 허약자가 격리된 가정에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물을 길어주는 등 생활봉사를 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국이 지시한 코로나 생활봉사대 활동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장사를 못하는 주민들은 자기 가족의 생계도 어려운데 코로나 확진자 가족들에게 식량과 채소를 가져다 줄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에 당국은 텃밭이 많은 주민들을 생활봉사대에 강제로 끌어들여 충성봉사를 강요하고 있어 생활봉사대원들은 일년 식량에 보탬하려고 애써 가꾸어 온 텃밭 올감자를 캐어다 코로나 확진자 가족들에게 주면서도 “도대체 누굴 위한 봉사냐,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주민들을 내세워 하면서 당국은 생색만 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 의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이달 초 의주군당이 직접 각 지역마다 코로나 확진자 가족들을 돌보는 생활봉사대를 조직하고, 여기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생활봉사대는 지난 5월 중순 가족을 먹여 살리던 30대 여성이 코로나 확진으로 시설에 격리된 2주 기간, 집에서 남편이 돌보던 세 살짜리 아이가 영양실조로 죽게 된 사실이 중앙에 보고되며 조직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생활봉사대를 조직한 당국은 코로나 시기에 자기보다 먼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는 봉사정신을 발휘함으로써 사회주의 대가정의 참모습을 보여주자며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생활고로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이 생활봉사대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자 북한당국은 생활이 조금 괜찮거나 텃밭이 많아 올감자 수확을 적지않게 하고 있는 주민들을 열흘 주기로 생활봉사대에 강제 참여시키고, 1인당 올감자 30키로 정도를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에 주민들은 코로나 확진자 가족들을 돌보려면 국가에서 식량과 남새(채소)를 공급해야지 왜 생활봉사대를 강제 조직하고 주민들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냐며 ‘이건 코로나 확진자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게 아니라 당국을 위한 봉사가 아니냐’며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