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일부지역에 최근 내린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리가 끊어지고 주택이 무너지면서 수십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4일 “요즘 며칠째 내린 무더기 비로 고원군 일대에서 심각한 큰물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콘크리트로 된 다리가 끊어지고 아파트 1층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수십 채의 땅집(단층집)이 큰물에 휩쓸려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고원군에는 농장과 탄광, 광산이 밀집되어 있는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산기슭에 있던 수십 채의 문화주택이 무너지고 매몰되어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실종자만 40여명에 이른다”면서 “농지 개발과 무분별한 벌채로 민둥산이 많은 고원군의 피해가 특히 심하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틀 전(12일)에는 급격히 불어난 물살에 고원군 덕지강에 가로놓였던 콘크리트 다리가 끊어졌다”면서 “덕지교가 무너지고 강둑을 넘은 물살이 인근 농장을 덮치면서 물바다를 이루어 벼와 강냉이가 전부 물에 잠겨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데 올해 농사 작황은 이번 큰물피해로 하여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큰물이 들이닥친 아파트 1층에는 흙탕물과 함께 두께 50cm가 넘는 감탕(진흙탕)이 들어차 인근 군부대 군인들이 동원되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도로에 쌓인 감탕 때문에 차량운행이 불가능하여 전부 인력만으로 피해복구작업을 하고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면서 “산사태에 매몰되거나 물에 휩쓸려 간 실종자는 다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3일 “오늘 부래산 일대에 쏟아진 폭우를 피해 주민들이 집을 떠나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면서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고 광산, 탄광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규모가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부래산 아래 기름골(타이거 넛츠·기름을 짤 수 있는 뿌리식물) 농장이 물에 잠겨 올해 기름골은 하나도 건지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인근 지역을 잇는 도로가 끊어지고 주택이 물에 잠겨 주민들은 인근 학교와 동사무소건물로 피신하는 등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엄청난 큰물피해로 주민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경고방송이 하루 종일 주민들의 귀를 때리고 있다”면서 “그나마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의 군인들이 동원되어 복구작업을 하고 있지만 마땅한 장비가 없어 작업 속도가 매우 느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해마다 이맘때쯤 반복되는 큰물피해에 주민들은 절망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간신히 가동되던 부래세멘트공장마저 물에 잠겨 이제 주민들은 수해복구에 필요한 세멘트를 구할 길이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로 집을 잃고 나앉은 주민들의 가장 큰 고통은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주민들이 큰물피해로 집을 잃고 먹을 것도 없어 굶주리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아무런 구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어려울 때 주민들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선전 방송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