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거주 일부 탈북자들 추방 위기 모면

캐나다 토론토에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건물.
캐나다 토론토에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건물. (/RFA Photo -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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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난민 지위를 얻어 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자 부부가 자녀 1명과 함께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캐나다 연방법원의 재심사 결정으로 일단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 남성도 추방위기를 모면하는 등 구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연방법원은 지난 16일 탈북자 김 모씨와 남편 신 모씨, 미성년 자녀가 제기한 ‘사법 심사 신청’(the application for Judicial review)을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2007년 중국으로 탈북한 김 씨 가족은 이듬해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011년 3월 캐나다에 입국해 그해 말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 씨 가족이 캐나다에 오기 전 한국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난민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캐나다 이민∙난민국은 지난 2018년 김 씨 가족의 난민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이에 김 씨 가족은 ‘인도주의 정상참작’(Humanitarian and compassionate considerations∙H&C) 프로그램과 ‘추방위험 사전평가’(Pre-removal Risk Assessment∙PRRA)를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당해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습니다.

‘인도주의 정상참작’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이민이나 난민 신청을 거절당했거나, 추방 전 재고 심사에서 이민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 장기간의 캐나다 거주로 인해 이미 생활의 기반이 잡힌 경우,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이민국이 재량권을 행사해 예외적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추방위험 사전평가’란 신청자가 박해의 가능성과 위험이 있는 나라로 돌아가는지 여부를 검토해 추방명령을 정지하는 제도입니다.

제네바 협정에서 정의된 박해, 고문,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대우나 처벌에 대한 위험 여부를 검토하게 되며, 추방위험 사전평가에서 위험이 인정되면 ‘보호된 자’(Protected Person)의 자격을 얻어 캐나다에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거부되면 추방명령이 다시 효력을 발생해 정해진 일정 내 출국해야 합니다.

김 씨 가족은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이 모두 기각당해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자 연방법원에 이번 결정을 사법부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캐나다 연방법원은 이민 심사관이 김 씨의 미성년 자녀가 캐나다에서 추방당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경우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는 인도주의 정상참작 구제 요청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인도주의 정상참작’(H&C)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자녀가 국적국으로 돌아갔을 때 받게될 박해나 차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어 이민 심사관의 기각 결정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에 기반하고 있다며 다른 이민 심사관이 재심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 법원은 김 씨 부부가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두 명의 자녀를 더 낳았는데 이들은 캐나다 시민권자로 추방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연방법원은 지난 15일에도 탈북자 강모 씨의 ‘인도주의 정상참작’(H&C) 기각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강 씨도 김 씨 가족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거주했던 사실을 숨기고 난민 지위를 받아 캐나다에 정착하며 살던 중 이 같이 사실이 드러나 추방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법원은 강 씨가 처음 난민 지위를 신청할 당시 변호인의 잘못된 조언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씨에 대한 ‘인도주의 정상참작’(H&C) 신청을 기각한 이민 심사관의 결정을 재심사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강 씨의 난민 신청을 도왔던 변호인은 이후 부동산 사기 등으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유죄를 선고받아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강 씨는 17살 때 탈북해 중국에서 거주하던 중 한국에 들어오려다 몽골에서 체포돼 수사를 받기도 했으며, 지난 2005년 한국에 입국해 시민권을 취득, 이후 2011년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이민∙난민국은 2019년 강 씨가 제출했던 난민 신청 서류에서 한국에서 거주했던 사실을 속인 것을 발견해 그의 난민 지위를 취소했습니다.

한국에서 시민권을 받은 탈북자들이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로 거주하다 추방명령을 받는 것은 약 10년 전부터 제기돼온 문제입니다.

캐나다 이민 당국이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했다 이를 숨긴 사실을 인지한 2013년 이후부터 북한 국적자의 난민 지위를 취소하고 난민 신청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캐나다 이민∙난민국의 멜리사 앤더슨 선임공보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한다는 결론에 따라 난민 지위 상실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This decision concluded that the claimant/appellant who is a citizen of North Korea is deemed to be a citizen of South Korea.)

실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캐나다 이민∙난민국 홈페이지에 공개된 난민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년 146명이 난민 신청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 국적자의 난민 신청이나 승인 사례는 전혀 없었으며, 2013년 부터 2015년 사이 312명의 북한 난민 신청이 거절(Rejected)된 것을 마지막으로 거절 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캐나다 난민 전문 변호사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금까지 추방명령이 내려진 거의 대부분의 탈북민들이 실제 추방이 되거나 ‘인도주의 정상참작’(H&C)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어 김 씨 가족처럼 아직 해결이 안 된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김 씨 가족도 이번에 법원으로부터 ‘인도주의 정상참작’(H&C) 재심판결을 받지 못했다면 추방됐을 텐데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