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2차 봉쇄, 심각한 피해로 조기 해제”

중국 측에서지난 8일 촬영된 봉쇄기간 중인 혜산시 모습.
중국 측에서지난 8일 촬영된 봉쇄기간 중인 혜산시 모습. (/아시아프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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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지난달 말부터 단행한 량강도 혜산시에 대한 두번째 봉쇄 조치가 심각한 폐해로 조기 해제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혜산시에 대한 봉쇄 조치는 밀수와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로 단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인민반에서 (1월말부터 시작된) 봉쇄에 대한 설명은, '혜산이 불법 행위가 많다는 비판이 있어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도시 봉쇄를 지시했다. 그래서, 두번째 도시봉쇄를 시작한다'라는 설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건이 있어서 강한 징벌적, 연대 책임적인 조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혜산시 봉쇄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서가 아니라 국경봉쇄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당국의 단속과 회유에도 목숨을 걸고 탈북이나 밀수를 시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1월 혜산시에서 금 밀수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혜산시를 20일간 봉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방역을 위한 철저한 이동 통제 중에도 국경 경비대 군인들이 밀수를 위해 중국인과 접촉한 데 따른 엄격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그러나 당초 30일로 예정되었던 2차 혜산시 봉쇄 조치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강도 사건과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 15일, 시행18일 만에 조기 해제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의 북한 내 취재 협조자가 인터뷰한 혜산시 중심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자신의 주변에서만 노인 두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고, 지병이 있던 젊은 남성과 여성까지 4명이 이 기간 중 사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코로나 19로 1년 넘게 지속된 국경 통제 기간에도 시장은 기본적으로 운영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봉쇄 기간동안에는 외출도 금지됐으니까 당연히 시장이 폐쇄됐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갑자기 식량 구하기가 어려워져 고생도 많이 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1차 봉쇄에는 인민반을 통해 주민들이 생필품이나 식량을 구매하도록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직장을 통해서만 식량의 판매와 배급이 이뤄져 직장인이 없는 가구의 피해가 컸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이번에는 직장별로 판매도 하고 어려운 세대에 대해서는 일부 배급 형태로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 노인세대 등은 구입도 할 수 없고, 배급도 받지 못해 굉장히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기업소가 트럭에 옥수수와 백미 등을 싣고 외출이 금지된 직원 가구에 옥수수를 1킬로그램 당 북한돈 2천 200원에 판매하기도 하고, 빈곤가구의 경우 한 달 분인 옥수수 3킬로그램에서 7킬로그램 정도를 배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봉쇄 기간 안전국이 혜산 여관에 모아 수용하던 꽃제비 등 취약계층은 식량이나 난방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고, 일부 주민들은 난방용 나무나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한밤중에 민가의 창고를 약탈하다 붙잡히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심각한 주민 피해로 봉쇄를 앞당겨 해제했지만 혜산신발공장에서는 지난 15일 해제 직후인 16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 행사에 30퍼센트 가량이 병으로 결근했다는 전언도 있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