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엘리트, 인터넷 무제한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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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 인터넷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률이 지난 몇년새 급증했다는 사이버보안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증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한편, 관련 자료의 진위 여부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인 '리코디드 퓨처'의 프리실라 모리우치(Priscilla Moriuchi) 선임연구위원 겸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 비상임 교수는 22일 "북한의 정치·군사 지도층 계급이 인터넷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며, 지난 3년간 북한의 인터넷 사용량이 30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엘리트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용한다며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일종인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를 이용해 물건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리우치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 해커들은 온라인 카지노와 비디오 게임에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금융서비스업체와 은행도 공격한다"며 "가상화폐를 훔치거나 거래소를 조작하고 불법적으로 가상화폐를 채굴, 즉 특정 연산프로그램을 사용해 가상화폐를 벌어들이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매튜 하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 엘리트 계층의 인터넷 무제한 사용과 인터넷 사용률 증가는 해킹 등 북한 정권의 불법 사업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코디드 퓨처의 최근 몇 년 동안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에서 평일이나 업무 시간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이 더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하 연구원: 이전에는 (북한에서) 주말이나 저녁시간에 인터넷이 주로 사용됐는데 이는 여가 등 사업상 목적이 아닌 이유로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률이 몇년 새 300% 증가하면서 (사용 시간이) 주말 및 저녁에서 평일이나 업무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이 국가의 목표를 위해 인터넷에 더욱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So basically before, it was mainly used on the weekends or during evening hours, suggesting that it was more for leisure and none business use. But then with this 300% increase over a few years, we also saw a shift from weekend, evening to weekday and business hour…. The thing is that North Korea is becoming more reliant on the internet possibly for state purposes.)

하 연구원은 또 북한 엘리트들이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북한 등 제재 국가의 거주자와 해당 국가의 해외 주재원들에게 상품을 판매한 후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 벌금을 납부했던 점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아마존 등 어떠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면 이는 유일하게 북한 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북한 엘리트일 것이라며, 지난해 아마존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북한 엘리트의 인터넷 사용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지난해 7월 아마존은 북한 등 제재 국가에 상품을 판매한 뒤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 미화 13만4천523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 연구원은 다만 북한 당국이 엘리트층의 인터넷 사용 내역 역시 감시하고 있을 수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이용할 시 엘리트들도 스스로 검열하고 이에 대한 과도한 사용은 자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명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한성일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등 북한 주민 개인 명의로 사회연결망인 트위터 계정 2개가 가입됐으나 약 한 달만에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두 계정을 실제로 북한 개인이 운영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으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정보통신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의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 편집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모리우치 연구원이 언급한 북한 내 인터넷 접속률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리우치 연구원의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2017년 자료에 기초한 것이라며 여전히 북한 내 인터넷 접속은 매우 통제되어 있으며 감시당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또 모리우치 연구원이 언급한 '엘리트' 계급이 정확히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 주민들이 수백개의 아마존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에는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배송 문제 뿐 아니라 북한에서 해외에 자금을 지불(international payment)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는 모리우치 연구원이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더 공개하지 않아 인터뷰 내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