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설 명절, 김정일 생일 분위기에 가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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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최대 민속 명절인 설날, 하지만 올해 북한 주민들은 8년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겹치는 바람에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 이른바 광명설절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15일, 공화국 창건일 9월9일 등과 함께 북한의 8대 국가 명절로 지정돼 있습니다.

매년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때마다 김정일화 전시회, 충성 다짐 선구자대회, 백두산 밀영 답사 및 행군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대원수’ 칭호 6주년이자, 8년만에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설날과 겹치는 올해는 명절 분위기가 많이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명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실망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소식통들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북한의 명절 공급이 대북제재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살게 된다’는 당국의 선전에도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도 “한국은 설날과 추석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지만, 정치적으로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수진(가명)씨도 “북한 주민들은 원래 김정일 생일과 설날에 각각 쉬지만, 이번에 쉬는 날이 겹치는 바람에 설날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북한 언론 보도 등 각국 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행사는 예년처럼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16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평양에서의 음력 설날 풍경 사진.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16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평양에서의 음력 설날 풍경 사진. (사진출처: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6일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과 음력설날 등 두 가지 중요한 명절이 겹쳤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둘 중 어느 공휴일이 북한 주민들에게 더 중요하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확실히 알고 있는 한 가지는 3일 동안 연휴가 지속된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사관은 사진 27장 중 북한의 설날 풍경을 단 1장의 사진을 통해 전하고, 광명성절을 맞아 개최된 북한의 제22차 김정일화 축전을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광명성절’을 나흘 앞두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방남대표단과 응원단을 보내는 등 유화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