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위기관리 능력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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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큰 어려움 없이 원만히 대응함으로써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미국 의회조사국이 평가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최신 보고서에서 후계자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의 새 지도부가 원만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2일 작성된 '김정일의 죽음이 북한의 안정과 미국의 정책에 미칠 영향'이란 제목의 이 13쪽짜리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 사망 뒤 보안을 50시간 이상 유지하면서 일련의 긴급 조치를 취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앞으로 수 주 또는 수 개월 내에 '김정은 정권(Kim Jong-Un regime)'이 김 위원장이 사망 전까지 취했던 온건한 대미 접근법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에도 북한 당국이 여전히 통치력을 순조롭게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새 지도부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의회조사국은 특히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김정은'을 공식 호칭하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와 달리 '김정은 정권'이라고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논의 중이던 농축 우라늄과 식량 지원 문제를 통해 새 북한 지도부의 진의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김 위원장에 대한 공식 추모기간 직후에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애초 12월 넷째 주로 예정됐던 미국과 북한 간 3차 양자대화가 곧 열려 건설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최근 '구애공세(charm offensive)'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가장 확실한 의사 표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보고서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수 있는 요소로 지난 2년 간 북한이 잠재적 정적 제거와 충성파 중용, 그리고 중국의 지지 확보 등 후계구축에 속도를 낸 점을 들었습니다.

또 북한 엘리트층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이해가 일치하는 데다 이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외부 자금도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김정은 후계 안착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습니다.

반면, 김정은이 북한 엘리트 사이에서 확산돼온 다양한 개인 또는 집단 이익을 다룰 만한 경험을 얻기엔 후계자 수업 기간이 너무 짧았던 점은 후계구도 안착에 부정적 요소로 지적됐습니다. 여기다 1994년 북한의 첫 권력승계에 비해, 국가 배급 체계가 무너진 데 따른 시장 확산과 휴대전화 보급 확대 등을 통한 주민들의 외부 세계 노출이 늘어난 탓에 북한을 통치하기가 당시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