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서 핵 문제 이외 여러 가지 남북문제 논의

남한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핵문제 이외에도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방북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정 장관이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이진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떠나기 겨우 몇 시간 전에 극적으로 이뤄진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깜짝 면담’에서의 주요 안건은 역시 북한 핵문제였습니다. 그러나 핵 문제 이외에 여러 가지 남북한 현안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앞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개선할 점에 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정동영: 제가 이번 8.15는 분단 60년, 광복 6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써 작년 7월 이후 1년간 중단되고 있는 이산가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흔쾌하게 그동안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을 8.15를 계기로 금강산에서 실시하도록 배석한 임동옥 제 1부부장에게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위해 화상을 통한 상봉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정 장관의 제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곧바로 추진하자고 응답했습니다.

정동영: 금강산 안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는 10년이 걸릴 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따라서 정보화 시대에 화상상봉을 통해서, 생사가 확인된 이산가족은 화면을 통해서라도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이산가족의 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매우 흥미 있고 흥분이 되는 제안이다, 정보화 시대에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 남북이 지금부터 준비해서 8.15에 첫 화상상봉을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해 보자, 시간이 짧으니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서화상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

한편, 대립적인 남북 장관급 회담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정동영 장관의 제안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동의를 표했습니다.

정동영: 다음주에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립니다. 그 동안 장관급 회담의 회담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 그동안 장관급 회담이 한 5분정도 덕담과 날씨 얘기가 끝난 후에는 서로 주먹질 하고, 말씨름 하고 소모적인 회담이 되 왔다. 앞으로는 이 회담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서 실질적인 남북 협력방안을 논의해가자라고.

김 위원장은 또한 미국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정 장관의 요청에 대해 ‘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라는 유머스런 반문과 함께, 그를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북미간의 신뢰와 관련해서, 제가 6월 1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호칭을 경칭으로 미스터라고 함으로써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말씀을 했고, 또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경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최고지도자간에 상호인정과 존경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얘기하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라고 반문과 함께, ‘내가 부시 대통령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사람이다, 좋은 남자다, 대화하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와서도 같은 취지로 얘기했다. 과거에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해왔다, 협상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 장관에서 남측 대표단의 귀국 항로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정 장관이 서해상으로 나가서 ‘ㄷ’자로 오기 때문에 서울까지 한 50분 정도가 걸린다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말도 많은 서해인데, 서해상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직항으로 바꾸는 방안을 협의해 실천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