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업 전략, 식량난 속 주민불만 불식 의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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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지난달 전원회의에서 농업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내 식량 상황 악화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농업 발전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북한 당국.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는 그만큼 북한 내 식량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초기부터 인민생활 개선을 강조했지만 결론적으로 나타난 성과는 없었고 신형 코로나로 인한 북중국경 봉쇄의 여파로 식품과 농자재 수입이 대폭 감소해 북한 내 식량 상황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입니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먹고 사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 건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농촌에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먹거리 문제 해결이 안 되고서는 정권 유지가 더 어려운 것이지 않겠습니까.

앞서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내 식량소비 상황이 열악한 인구의 비중은 2019년 11%에서 2021년 70%로 급증했습니다.

북한이 제시한 밀, 보리 재배면적 확대 계획에 대해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이모작을 통해 쌀 생산의 부족분을 보충하려는 것이 주 목적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또 식품 가공업을 발전시켜 수입에 의존해온 밀가루 등을 생산하고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변화에 부응하려는 목적 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특히 농촌 주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이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인민 주식을 쌀밥과 밀가루 음식으로 바꾸기 위해 쌀과 밀 농사를 증진한다는 정책에 대해선 이모작 재배 면적을 확대하고 옥수수 재배를 밀 재배로 대체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자연적, 기술적 여건 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쌀과 밀 재배 면적이 확대될 경우 결국 농자재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일제 시대의 경우를 봐도 북한에서는 밀 재배가 함경북도까지 북한 전 지역에서 수십만 헥터까지 재배가 됐던 것을 보면 의지만 있다면 밀 생산 늘리는 것은 사실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재배 면적이 확대될 경우 결국은 농자재를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내 협동농장들이 국가에 지고 있는 빚을 모두 면제하겠다는 조치에 대해 권태진 원장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이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대부분 국가에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농민들은 이를 당장 갚아야 하거나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으로 인식하고 있진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농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농자재 확보, 수매량 감축 등의 조치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국가가 이렇게 농업 발전을 위해서 이만큼 힘을 쓰고 있다' 하는 이런 것을 보여주기에는 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당장 필요한 농자재라든지 이런 것들을 국가가 약속한 만큼 제대로 이행을 하면서 공급을 해줘야 할 것입니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4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 당국의 협동농장 빚 탕감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농민의 사기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농민들이 추후에도 당국의 탕감을 기대 혹은 당연시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이기 보다는 포퓰리즘적, 즉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수매 가격을 현실화 한다든지 그런 근본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런 조치는 없이 약간 포퓰리즘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홍제환 실장은 아울러 북한이 지난달 전원회의에서 앞으로 10년 간 단계적으로 달성할 농업 분야 생산 목표를 세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이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민들의 생산 의욕 고취를 위한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