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외무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고위 관리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미국을 '불량국가'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는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관영매체를 통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 신 행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관계를 수차례 언급한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고위 관료의 실명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비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루비오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칭한 부분을 언급하며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고 이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라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미국이 어떤 도발을 벌이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3일 공보문을 통해 “적대세력의 가중되는 군사적 위협에 군사력강화로 대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2일에는 북한 관영매체가 미국의 대외 군사 판매액이 증가한 것을 언급하며 “패권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흉심”이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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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3일 최근 북한이 이 같은 대미 비난을 쏟아낸 것에 대해 “트럼프 신행정부의 초기 조치와 발언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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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미국을 ‘불량국가’라고 지칭한 북한이 오히려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의 이러한 대미 비난 메시지의 의도에 대해서는 별도로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제규범을 훼손하고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는 북한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 미국,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대미 비난 수위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미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현재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한 기조를 파악하며 밀고 당기는 시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현재 트럼프 2기가 북한을 특별하게 압박하거나 자극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따라서 북한도 여기에 적절한 수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와 김정은, 미국과 북한 간 '밀당'의 시기입니다.
이어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좀 더 구체적이고 원하는 조건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따라서 고강도로 미국을 비난하거나 전략 도발을 할 시기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