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하와이에서 대면 회동을 가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초부터 지속된 북한의 군사 도발과 관련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나 대북 관여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이 3자 대면 협의를 한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을 가진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은 약 4시간 동안 한미ㆍ한일ㆍ한미일 협의를 진행한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양자 및 3자 회담 모두 생산적이었다”며 “대북정책의 모든 측면에 대한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매우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규덕 한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에 대해 평가를 공유했고 어떻게 하면 북한에 관여할 수 있을지 몇 가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회의가 상당히 의미 있었고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도 “매우 좋은 3자 회담을 가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협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고 “북한을 향해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성격이 강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협의됐으며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본부장은 “오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가 계속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노 본부장은 미국에서 추가적으로 나온 제안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야기해왔던 내용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협의에 앞서 종전선언 추진이 여전히 논의에 포함되냐는 질문을 받은 노 본부장은 “지금 시점에 얼마나 작용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답하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2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간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한미일 3국 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 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여 만이며 국제행사 참석이 아니라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별도로 만나는 것은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의 회담 이후 2년여 만입니다.
이 자리에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도 배석할 예정입니다.
앞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호주 맬버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현지시간으로 11일 양자회담을 진행했습니다.
미일 장관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직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며 엄중해진 안보 환경에 비춰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일 장관은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반기 중 일본 방문 일정에 대해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일 양국은 지난 1월 20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 이른바 CVID 원칙을 명시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CD 표현을 사용해오고 있으며 CD라는 표현은 이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담 직후 배포된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서도 반복됐습니다.
한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0일 세종연구소와 서울외신기자클럽이 공동 주최한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습니다.
정 센터장은 “미중 갈등의 격화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미러 갈등으로 인해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채택하는데 중국,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국제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판단하고 3월과 4월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차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중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수준, 로드맵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앞으로 5년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며 “차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한미동맹을 재조정하고 한국의 역할을 확대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