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경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북한 측의 발표가 이를 목표 달성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와 통계 오용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6~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자연 재해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한 북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이 같은 발표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통계 오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과 홍제환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최지영 기획조정실 연구기획부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여전히 방어적이고 현상 관리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해 경제 계획 목표를 초과해 연간 공업총생산액 계획을 148% 달성했다는 발표가 이른바 ‘통계 오용’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첫해 목표 달성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못한 것이 경제성과 부진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는데, 이는 당초 계획보다 생산액이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는 최고인민회의 발표 내용과 대비된다는 것입니다.
실질 금액이 아닌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 생산 실적을 제시함으로써 이 같은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 주민들에게 이른바 ‘착시 효과’를 일으켜 경제성과 부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부 무마하는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업총생산액을 구할 때는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명목 금액보다는 이를 배제한 실질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와 감염병 사태 등으로 인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경제 목표를 초과 달성해오고 있다는 북한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은 한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된 바 있습니다.
김일환 동국대 교수(지난달 24일 '2022 년 북한 경제, 군사 분야 변화와 전망' 토론회) : 북한이 5년 동안의 경제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첫 해 실적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해 경제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실제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측 평가에 따르면 2021년은 승리의 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든 경제 계획이 달성됐거나 초과 달성이 돼서 승리했다고 평가하기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농촌건설 집중과 비상방역 선진화, 내각중심제 강화 및 무역·상업 국가관리 강화 등을 강조한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특히 방어적으로 현상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 가운데 북·중, 북·러 교역의 단계적 정상화를 염두에 둔 무역 관리와 비상 방역 활동의 변화 조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미·중, 미·러 대치 구도를 배경으로 전략무기 개발을 우선 완수하겠다는 목표 하에 움직이면서 내부적으로는 농촌에 대한 지원과 건설성과를 통해 결속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무역에 대한 국가관리 강화 노선과 관련해선, 불확실한 정세와 대미 장기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전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박 등에 따른 고육지책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반기에 북한이 무역법 개정을 통해 무역 자유화·분권화를 추진했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 관리 및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무역 부문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 강화에 따른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외화보유고 관리 필요성이 커졌고,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무역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증대한 점도 그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올해 대외무역 규모를 늘리되, 수입 규모와 품목은 제한적·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등 무역에 대한 국가적 통제와 관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구진은 올해를 이른바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삼은 북한이 오는 3월 중순까지는 전략무기 실험을 자제하는 가운데 4월 김일성 생일을 기획의 절정으로 삼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양회 휴지기 등이 이어지는 기간에는 숨을 고른 뒤, 3월 중·하순부터는 4월 김일성 생일까지 이미 예고한 행사와 전략무기 실험 등을 통해 대내·외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어 3월 한국 대통령선거 후 연말까지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이 수립되는 시기,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전략무기 실험을 계속하는 한편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형식으로 구체적인 대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