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한 대외 메시지를 전혀 발신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북한 내부 축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한 중앙보고대회가 평양이 아닌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에서 열린 점에 대해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중앙보고대회가 평양이 아닌 삼지연시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코로나19, 대북제재 등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시를 찾아 내부 결속 차원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앙보고대회에서 대미, 대남 메시지가 없었고 핵무력이나 군사분야의 치적을 선전하는 내용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백두산은 김정은 총비서가 고모부인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 처형에 앞서서, 그리고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찾은 바 있습니다. 체제 결속이 필요한 시기마다 방문했던 셈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이후 삼지연시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사업과 백두혈통인 김 총비서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번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한 행사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내부 축제로 활용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삼지연시 건설 사업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 생일 80주년에 맞춘 선물이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삼지연시를 경축의 주요 무대로 삼아 백두혈통인 김정은 총비서의 정통성과 건설사업 성과를 연결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번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한 중앙보고대회의 무대가 삼지연시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은 정권이 권력 안정화를 위해 삼지연이라는 상징적인 장소, 백두혁명의 유적지, 이런 곳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지연이라는 장소에서 이례적인 행사를 함으로써 정권 강화를 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한 김정은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이 17일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2년 이래로 김정일 위원장 생일에 매번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해 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삼지연시에서 중앙보고대회가 개최되는 등 과거 경축행사와는 다른 모습이 보이고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두산 삼지연은 북한의 정통성이 집약된 곳으로 볼 수 있다”며 “김 총비서가 지난 15일 삼지연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면서 금수산궁전 참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방문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7일 한국 내 납북 피해자 가족 및 서해에서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 등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18일에는 한국 국회인권포럼과 (사)아시아인권의원연맹의 초청으로 국회에서 한국의 야당 의원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한국 국회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국회인권포럼과 (사)아시아인권의원연맹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측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퀸타나 보고관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헤아 퀸타나 보고관과의 만남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지성호 의원, 조태용 의원, 박진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