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무력시위 재개 가능성 등 북한 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주목할 만한 변화는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1일 기자설명회에서 전날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포착된 북한 측의 특이 동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 자리에서 “진행 중인 북한 군의 동계훈련과 행사 준비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이 밝힌 ‘행사 준비 활동’은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포착된 열병식 준비 움직임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한국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부터 포착된 열병식 준비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3천 톤급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날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한반도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의 향후 행보를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통일부는 “한반도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 측에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와 정세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30주년 기념학술회의’ 축사에서 북한에 핵무기 개발 중단과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이 지난 1992년 2월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주변의 큰 나라들과 핵 대결을 할 생각이 없으며, 더욱이 동족을 말살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며 북한이 이를 지키고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월이 흘렀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이 언급은 민족 앞에 김일성 주석이 한 약속임을 확인하고 엄숙히 그 약속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북한에 촉구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 발표 30주년을 맞아 합의 이행 상황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군사적 적대구조와 위협행위, 한미 연합훈련, 인권문제 제기, 대북제재 등 이른바 ‘본질 문제’와 교류협력 및 인도적 지원, 방역 협력 등 ‘비본질 문제’로 나눠 본질 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교류협력을 앞세운 한국 정부의 접근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이 제기하는 본질·비본질 문제 구분법으로 본다면, 반드시 북한의 구분법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본질 문제에 좀 더 직접적인 정면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홍 실장은 현재 대북 문제를 풀어가는 데 미북, 남북 관계가 명확히 구분돼 미북 문제가 선결되기 전에는 남북 관계가 풀릴 수 없는 상황이 고착화됐다면서, 현 체제에서는 한국 정부가 표방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 내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가 분담하고 있는 대북 정책상 역할을 한 곳에 집중시켜 총괄하는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면 한미가 전략자산으로 대응하고, 이에 북한이 재반발하는 악순환이 이뤄져 지난 2018년 남북이 만들어낸 성과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대통령선거 이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이 악화된 남북·미북 관계를 극복할 중요한 시기인 만큼 남북 합의 뿐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 합의를 이행할 새로운 국제기구나 협상의 틀 마련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