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질서가 흐트러졌다고 판단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시간으로 2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특별 군사작전을 결정했다”며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의 잇달은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무너진 틈을 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45년 이후 유엔체제, 68년 이후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91년 이후 탈냉전 질서가 모두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러시아가 원하는 행태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미국의 지도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일단 이런 식의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질서, 특히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가 많이 무너지는 그런 모습들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 틈을 타서 자신들의 소원인 핵에 대한 인정을 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국방발전계획에 따라 언제든지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정치적인 목적도 있기 때문에 미국의 눈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쏠려있는 상황에서는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지 않은 채 모라토리엄 유지를 일종의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사태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그동안 국제질서를 주도해왔던 미국의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료 국가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미국 내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을 추구해야 한다는 여론, 일차적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방어가 중요하다는 여론이 나오는 등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점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은 독자적인 핵무장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미국이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를 사실상 주도해왔고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하고 책임져왔죠. (이제는) 동료국가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미국과 함께 어떻게 보면 미국을 끌어가면서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다면 한국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핵무장의 가능성까지도 열어놓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으로 맞대응하지 않은 모습이 중국과 북한을 고무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또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북한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며 절대 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이게 북한에게 어떤 메시지가 됐겠습니까.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저렇게 된다는 메시지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나라예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욱 더 북한에게 핵을 고수해야 한다는 그런 교훈을 심어준 것, 이게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입니다.
김 전 원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은 반확산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과 발맞추어 나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김 전 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 한반도 안보를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며 미국의 반확산정책에 수정이 가해질 것을 예상했고 이때를 대비해 한국은 빠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 핵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게 약점이 있다는 것을 북한이 파악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좀더 미국을 몰아붙여 유엔 대북제재를 부분적이라도 해제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남 교수는 또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동맹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자강능력과 특히 우리는 또 국제정치에서 동맹의 힘을 통해서 우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크라니아의 유력인사는 스스로 무장해제한 것을 후회했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견해가 존중 받도록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 24일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틈타 도발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과 빈틈없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24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냉전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더욱 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위성락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은 지난 23일 외신 대상 기자설명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핵을 포기한 남아공 등은 그런 결과를 맞이하지 않았다”며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