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자 한국 정부는 이를 중대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한미의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이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5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같은 도발은 올해들어 17번째이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2번째입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미 순방이 종료된 직후에 이뤄진 미사일 도발이라 주목됩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 차원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한 규탄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강인선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 북한이 오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어 강 대변인은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 다양한 외교 통로를 통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통화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와 그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양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권이 주요 재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유선협의를 통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유선협의를 통해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의 정면 위반이자 중대한 도발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각각 양자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한미, 한일 간 공조를 지속강화키로 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경 각 1발, 모두 3발의 탄도미사일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했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첫번째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은 이 ICBM이 신형인 화성-17형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60km, 비행 고도는 약 540km까지 올라갔습니다. ICBM이 이번에 고각으로 발사된 것은 분리 추진체의 성능 검토가 그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두번째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고도 약 20km 지점에서 소실됐으며 세번째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약 60km의 고도로 760여 km를 비행했습니다.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입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발사한 점에 대해 “한미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이라며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도발한 것도 한미에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ICBM 이후 발사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성능을 개량하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김 차장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국의 정치 일정에 개입하려는 의도와 새로운 한국 정부의 안보 태세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를 함께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차장은 조만간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가동과 야외기동훈련의 정상화 등도 예고했습니다. 다만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여부에 대해선 “현재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한미 연합 차원으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 군과 미군은 현무-2, 에이테킴스(ATACMS)를 각각 1발씩 실사격했습니다.
또한 한국 군은 지난 24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하고 북한의 실제 발사에 대비해 무장한 F-15K 전투기 30여 대가 지상활주하는 ‘엘리펀트워크’ 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이틀 내에 북한의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김 차장은 북한이 지난 몇 주 동안 몇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고폭실험을 해왔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 당국이 원하는 규모와 성능 평가를 위한 실험의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