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휴전선 ‘장벽’ 건설, ‘남북 적대적 2국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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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최근 휴전선 일부 지역에서 '장벽'을 설치하는 정황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대적 2국가'에 대한 의지를 보이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최근 휴전선(군사분계선)을 따라 ‘장벽’을 설치하는 정황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 “대전차 장애물과 비슷한 방벽, 전술도로 보강,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등의 활동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이어 “북한의 대전차 방벽이 건설된 것은 수십 년 전이고 한국 군도 이러한 것을 건설해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이 새로 설치하는 구조물 위치, 형태는 약간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대전차 장애물 비슷한 방벽,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이러한 활동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 분석하고 있고 우리의 작전에 대한 것은 세부적으로 설명드릴 수 없음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베를린 장벽’과 같은 긴 장벽을 세우려는 것인지, 특정 지역들에 경계, 방호시설을 건설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관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장벽’ 설치 정황에 대해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내세운 ‘남북관계 단절’, ‘남북 적대적 2국가’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이 한국과의 물리적, 심리적 단절과 함께 지뢰 매설 등 유사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남북 간 모든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남북관계 단절’과 ‘전쟁 준비’의 상관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관계 단절과 관련된 의지가 일시적이고 전술적이 아니고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 남북관계 단절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양면인데 사실 나름대로 한국으로부터의 군사안보적인 위협도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장벽’ 설치 동향과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만약 ‘장벽’ 설치가 부분적 설치가 아닌 전면적 설치로 이어진다면, 이는 남북 간 기존 합의는 물론, 물리적 단절까지 취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또 “기존 철조망으로 대치하던 상태에서 남북이 충돌할 수 있었던 요소들을 ‘장벽’을 통해 차단하고 등을 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장벽’ 설치를 대내적으로 선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장벽’ 설치와 같은 물리적 차단을 감행하는 북한 당국의 조치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설득력을 바로 확보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며 일정한 시간을 둘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장벽’이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장벽은 오히려 철조망보다 군사적 경계, 방어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실 군사적인 의미에서는 효율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방편이거든요. 굳이 장벽을 설치할 경우에는 (북한군의) 앞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사실상 완전히 차단한다는 의지는 전달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 경계하고 방어하는 데 오히려 좀 더 불리한 측면이 있거든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일단 155마일(250km, 군사분계선의 길이) 전체에 ‘장벽’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특정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군사적 용도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장벽’ 설치 의도에 대해서는 “남북 간 교류가 이뤄졌던 공간, 실제 이동이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장벽’이 설치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간 단절, 대립, 적대의식의 상징물로 ‘장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의 ‘장벽’ 건설에는 대외적으로 남북이 ‘적대적 2국가’임을 보여주려는 측면,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향해 한국은 교류협력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국가임을 선전하려는 측면 모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봐야죠. 대외적으로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서 적대관계로 보는 것을 외부적으로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측면도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적대적인 국가라고 하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그런 용도로 쓸 수도 있다고 봐야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했으며,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엄격히 실시해야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