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한의 경제를 개선할 수 있는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77주년 광복절을 맞아 북한의 경제 및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안, 즉 ‘담대한 구상’을 내놨습니다. 다만 북한이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기반시설 지원,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의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기반시설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이른바 한반도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경우 북한의 광물, 희토류 등과 같은 지하자원과 연계해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체제안전보장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앞서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뒤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담대한 구상에 북한이 제기한 안보 우려 및 요구사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특히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 간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998년 10월 당시 한일 정상이 합의한 이 공동선언은 양국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으로 과거사 인식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며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안보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부연하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과정에서부터 대북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발맞춰 경제분야 협력 방안을 포함해 정치, 군사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비핵화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남북 경제협력을 본격화 하기 위한 협의체를 설립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비핵화의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동결, 신고, 사찰, 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북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해 가동할 것입니다. 인프라 구축, 민생개선, 경제개발의 세가지 분야에서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사업이 이행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엔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2018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질문했던 것은 유엔 제재의 완화 방안”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유엔제재 결의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태효 차장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제안은 북한의 호응이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차장은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과 함께 비핵화 방안, 남북공동경제발전 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