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교황에 방북 제안...교황 “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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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을 보내면 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아닌 북한의 종교자유 증진에 교황 방북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월 29일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다시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3년 만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며 3년 전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문 대통령의 첫 방북 제안을 받은 지난 2018년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에는 G20정상회담 공식환영식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한 사실을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는 이날 교황 방북과 관련해 “교황청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1일 “북한이 호응해 한반도 평화 증진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통일부도 남북 간 평화를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기회가 되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 교황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증진하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부도 남북관계 주무부서로서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남북 간 평화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마음을 열고 대화의 길로 나오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서 마리요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와의 면담에서 “국내 정치와 결부해서 생각했을 때 대선을 앞두고 매우 조심스럽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종교의 자유는 고사하고 왕조 국가와 다름없는 북한이 교황을 초청할 리 만무한데 입만 열면 북한을 언급하는 대통령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다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개신교 신자가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이 아니라 북한의 종교 자유를 앞당기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교황의 방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지금까지 북한은 종교 말살 정책을 펴왔다며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 가톨릭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종교 의식, 이른바 미사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북한에서 종교 자유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태 의원은 나아가 교황이 방북해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과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버티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말을 해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북한 밖의 세상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새로운 희망과 소식을 알음알음 알게 되어 앞으로 북한에서 종교 자유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안 가시는 것보다 가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초보적인 종교의 자유를 이제는 보장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이 교황을 정권 홍보에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교황은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위상이 있다”며 교황 방북이 북한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거의 전적으로 부인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종교인들을 적대계급으로 분리해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을 처형, 고문, 신체적으로 학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001년부터 20년 연속 북한을 끔찍한 종교 탄압을 가하는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제 종교 자유의 날을 맞아 “종교 자유는 가장 깊은 가치의 표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옹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