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경제활동 증가에도 가부장적 의식 여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3일 '북한에서의 결혼 생활'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3일 '북한에서의 결혼 생활'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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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의식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3일 ‘북한에서의 결혼 생활’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이날 행사에서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양강도 혜산시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가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 60명(남성 30명,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에서 9월까지 4개월 간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60가구 중 여성이 생계부양 주체인 경우가 28가구로 약 47%를 차지했습니다.

남성이 생계부양 주체인 경우는 22가구, 생계 책임을 부부간 대등하게 부담하는 경우는 10가구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배급제 붕괴 이후 여성들이 장마당 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북한 내 가정의 생계부양 주요 책임자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된 양상이 확인된 겁니다.

다만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에도 가사와 양육을 여성 본연의 임무로 여기는 가부장적 성역할 의식은 북한 사회에서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60가구 중 아내가 가사일을 전담하거나 더 많이 분담하는 경우는 49가구로 약 81%에 달했습니다.

양육에 대한 책임 또한 여성들에게 가중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총 41가구, 즉 전체의 68%는 아내가 주로 양육을 담당한다고 답했습니다.

자녀 양육과 집안일이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여성은 30명 전원이, 남성은 30명 중 22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국제협력디렉터는 북한 내 남성들보다도 여성들이 전통적 성역할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말했습니다.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국제협력디렉터: 북한 여성들은 자신이 대부분의 수입을 벌고 있다고 해도 이를 자신의 주요 임무로 보지 않습니다. 여성들에게 오히려 전통적 성역할이 더 강하게 각인돼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송한나 디렉터는 또 북한 여성들의 경제 기여도가 늘어났음에도 북한 여성들은 가족 또는 사회 안에서 스스로를 더 많은 힘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지도자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경제력 강화가 정치사회적 지위 강화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