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한미주적론’ 통하지 않아…오히려 한국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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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사회에서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줄어듬에 따라 북한 내에서 '한미주적론'이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실질적인 주적 개념을 수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2일 내놓은 '북한 주적개념의 변화 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11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국방발전전람회 개막 기념연설에서 북한의 주적은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고 밝힌 부분을 언급하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앞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김정은 총비서가 국방발전전람회 개막 기념연설을 통해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닙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세대와 전쟁 상황을 인지할만한 당시의 10대는 현재 고령이고 북한의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고 언급하며 이는 북한 현실에서 한국과 미국을 주적으로 삼는 것이 점점 비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세대의 경우 미군 혹은 한국군과 싸운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및 고된 훈련을 겪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경험적으로 한미에 적대감을 갖고 있는 북한 세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세대 변화는 북한사회 및 북한군에 한미주적론이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가능케 한다"며 "오히려 현재 3만 3천여명의 탈북민 입국자 수가 말해주듯 한국은 주적이 아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 같은 주적개념 변화에 북한군의 위상약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의 선군정치가 노동당이 군을 통제하는 전통적인 정치 형태로 바뀌면서 주적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향후 대남 유화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습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외행태에서 보여 온 벼랑끝 전술보다는 합리적인 대화전술의 사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미 양국에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이중기준 및 대북적대시 정책이 비록 철회되지 않아도 이를 충분히 주지시켰다고 평가할 경우 한미와의 평화 관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