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인권은 보편적...북한 인권 최악”

한국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11월 3일, 4일 이틀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11월 3일, 4일 이틀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0:00 / 0:00

앵커: 가톨릭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로 바라보는 인권이 북한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가톨릭 신부로부터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지타운대학 윤리와 인간개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드류 크리스천슨 가톨릭 예수회 신부는 “가톨릭에서 인권이란 보편적이고 침범할 수 없는 권리, 즉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권리”라고 밝혔습니다.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는 지난 3일 한국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세계인권선언문과 마찬가지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 세계인권선언문과 마찬가지로 가톨릭의 인권 개념에서 인권은 보편적이고 침범할 수 없는 권리, 즉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권리입니다. 공의회는 인권의 증진과 보호가 교회가 세상에 봉사하는 주요한 방식이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Like that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the human rights are universal and inviolable. It pertains to all persons independent of status. The Council identified the promotion and the defense of human rights as a principal way that the church serves the world.)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인권에 관한 세계선언문으로 모든 사람이 성별,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특징과 관계없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전세계가 처음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가톨릭은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 등 모든 종류의 처벌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고 인간의 평등함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20세기 인권을 탄압한 대표적인 단체와 인물로 언급되는 “나치, 스탈린, 마오쩌둥의 잔학 행위에 맞먹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살펴보면 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나치, 스탈린, 마오쩌둥의 잔학 행위에 맞먹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he rights situation of the DPRK is among the worst in the world, preceded only perhaps by the atrocities of the Nazis, Stalin, and Mao.)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는 “북한의 인권 증진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며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면서도 “북한이 유엔인권조약에 서명한 장애인, 여성, 아동 3개 분야에서 인권 증진 활동을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1년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으며 2013년 장애인권리협약, 2014년 아동의 매매ㆍ성매매ㆍ아동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드류 크리스천슨 신부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민간단체가 장애인 인권 관련 분야에 많다”며 특히 “현재 상황에서 유일하게 진전을 바라볼 수 있는 분야는 장애인 인권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헤이즐 스미스 런던대 한국학 교수는 북한이 호응을 보이는 인권 분야부터 접근하자는 이같은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헤이즐 스미스 교수는 “북한 정권은 자유와 같은 가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적인 권리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어렵지만 교육과 같은 사회 관련 이슈에서는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여러 가지 인권 중 자신의 정권을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부터 이야기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에 이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다시 제안했고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을 보내면 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 조야에서는 종교를 미신으로 보는 김일성주의, 코로나 비루스 방역 실패 우려 등의 이유로 북한이 교황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교황이 따뜻한 나라 아르헨티나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말해 교황 방북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청와대가 밝힌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가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고 차분하게 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