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이 오히려 한반도 내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4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종전선언 관련 토론회.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그 의도와 달리 오히려 한반도 내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한반도가 유엔군사령부 등 정전협정 체제 하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전쟁 종료를 의미하는 종전을 선언하는 순간 기존의 정전협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정전협정이 무력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정전체제와 병립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정전협정 체제에서 종전이 선언되면 결국 유엔사가 존립 근거를 잃을 것이고, 전시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며 유사시 한국 방위를 위해 동원될 수 있는 연합군이 존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승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 등 핵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현재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또 종전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 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일단 이뤄진 후에는 사실상 국제법적인 효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952년 독도평화선을 선포한 이후 현재까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이어오고 있듯이, 종전을 선언하고 나면 유사시에도 이를 번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이어 종전선언이 정치적으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한반도 종전선언이 유엔사의 지위를 포함한 현재의 정전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종전선언은 신뢰 구축을 위한 정치적·상징적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종전선언은 신뢰 구축을 위한 정치적·상징적 조치입니다. 즉 유엔사의 지위를 포함한 현 정전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외교부는 또 향후 미국과 종전선언 관련 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갈 것이며, 한미일·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포함한 다양한 계기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와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방안 등을 일본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도 이날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한반도에서의 긴장조성 행위와 명분이 약화되는 실천적 의미를 갖게 된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은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 축사를 통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구별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지만 매우 실천적인 의미를 가진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