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일방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종전선언 논의에도 적용된다는 전직 미국 당국자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6일 주최한 ‘2021 한미 싱크탱크 공동세미나’ 3차 회의.
회의 참석자들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미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한미 간에 논의 중인 한국전쟁 종전선언에도 이 같은 기조가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일방적인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 내에서 심한 비판을 받을 것이고, 북한도 양보를 얻어낸 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버틸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큰 계획 가운데 일부로써 지지할 가능성은 있지만,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으로 보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종전선언이 북한 측의 대화 거부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며 중국이 북한 문제에 협력하도록 합당한 구실을 부여해야 하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할 유인을 해친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키고,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해당 국가의 단체들을 처벌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중기적으로 영변 핵시설과 아직 보고되지 않은 시설 한두 개를 폐쇄한다면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며, 동맹을 약화하려는 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미국 측과 궤를 함께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대북 협상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미가 유사시에 대비한 억제 및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자신들에게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기다림은 북한 문제에서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가 8년마다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교수는 북핵 협상이 지연되면 핵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측의 요구사항이 커질 것이며, 그 보유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한미 연합훈련의 전면적인 중단, 한미동맹 약화 및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한국이 수용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북한이 정말로 핵을 많이 갖게 되면 핵 협상을 완전히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전 교수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몇 가지 기회요인이 남아 있다며, 지난 2019년 결렬된 하노이회담에서 논의된 제안들을 서로 교환하는 낮은 단계의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습니다.
전 교수는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으면 답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 총비서로서는 하노이회담 결렬의 부담을 덜 기회가 필요한 만큼 양 지도자가 편지를 통해 공개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토론회에서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핵화 대화 과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데 필요한 명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이른바 ‘금지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에 위협이 되는 전술핵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한 영변 핵시설 동결과 제재 일부 해제, 개성공단과 철도 연결 등을 묶어 합의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