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상황, 2018년과 달라…종전추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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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이 북한 비핵화 회담이 활발히 진행됐던 지난 2018년에 비해 정세가 크게 변한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성급히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17일 비핵화 논의가 빠진 종전선언 추진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이 각종 전략, 첨단 무기를 개발 및 시험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협상을 벌이며 종전선언을 논의하던 지난 2018년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통해 국방과학부문과 군수공업부문에서의 5개년 계획을 언급하며 군사력을 더욱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즉 비핵화 의사가 없음을 밝힌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한국의 북핵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현재까지 북한의 도발은 지난 2016년, 2017년 당시 도발에 버금갑니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완성, 열차 발사 미사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신형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과 같은 형태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게 좋은 시기일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 전 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경우 평화협정 과정의 일부로 따로 떼어 이뤄진다고 해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까지 이뤄지는 후속 절차가 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양한 제도적, 법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홍균 전 본부장은 “종전선언 이후 남북 및 관련국들 사이에서 한미연합훈련 지속 및 주한미군 주둔과 유엔군사령부 유지의 당위성,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종전선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영향들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과 관련된 기조가 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2018년 당시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한 종전선언을 추진한 한국 정부가 현재는 북한 비핵화에 선행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해왔고 이제는 완료 시점에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문제인 겁니다. 그 전략적 의도를 타파하는 방식으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식의 종전선언이 도움이 될 것이냐. 적어도 제가 경험한 북한을 볼 때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라서 우려를 제기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불가역적인 전략전술무기 완성과 유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2018년 구상됐던 종전선언 추진이 다시 이뤄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이 협상 의제에서 비핵화를 빼냈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관련한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겁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가 한 묶음으로 논의되다가 비핵화가 떨어져 나갔다”며 “종전선언이 어느 순간,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상황 파악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전략 변화를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한미 간에 종전선언 문안이 완성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미국의 경우 동맹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조만간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타결이라는 소식이 나올 수도 있다”며 “다만 미국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조건을 북한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김홍균 전 본부장은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주한미군 및 유엔군사령부의 유지, 한미연합훈련의 이행,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등이 종전선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