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대북페트병 살포 수사중…인권침해 우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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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경찰이 지난달 서해에서 쌀과 성경책 등이 담긴 페트병이 발견돼 이와 관련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탈북민들에 대한 경찰 당국의 인권 침해 논란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경찰청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달 서해에서 페트병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이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서해에서 발견된 페트병에는 쌀과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성경책, 1달러 지폐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수사 당국은 해당 사안이 지난 3월 시행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광고선전물, 인쇄물, 보조기억장치 등의 대북살포를 금지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시행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단 등을 한국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활동은 불법으로 규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한국의 수사 당국이 이번 서해 페트병 살포에 관여하지 않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이 과거 대북전단, 서해 페트병 살포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 측으로부터 용의자로 의심받으며 감시 및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서해에서 페트병을 이용해 북한으로 쌀과 USB 등을 보내는 활동을 벌인 바 있는 박정오 큰샘 대표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달 서해에서 발견된 페트병으로 인해 경찰로부터 조사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북전단법 시행 이후 북한으로 페트병을 보내기 좋은 시기가 될 때마다 경찰로 추정되는 인력들이 집 주변을 감시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 (경찰 측이 지난달 발견된) 페트병 때문에 와서 동네 CCTV 기록을 관리사무소에 의뢰해서 수거해갔습니다. 제가 음력으로 물때를 맞춰서 페트병을 보내왔었는데요. 그 시기만 되면 경찰로 보이는 인력들이 와서 집주변에 24시간 서 있고 그러고 있습니다.

박 대표와 함께 서해 페트병 살포 활동을 벌인 바 있는 정광일 노체인 한국지부장은 노체인의 회원인 한 탈북민이 최근 서해로 관광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인천 경찰청으로부터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출석을 요구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지부장은 “수사당국이 페트병에서 달러가 나왔다는 이유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체인을 서해에 페트병을 살포한 용의 단체로 보고 있다”며 노체인은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이후 이에 저촉되는 활동을 벌인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 지부장은 최근 경찰 측이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신변보호 단계를 ‘나’급에서 ‘가’급으로 격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광일 노체인 한국지부장: 그 시점에 어디 놀러갔다고 의심합니까? 탈북민만 골라서 말이죠. 탈북민은 어디 놀러도 못 갑니까? 최근 미국을 다녀온 후에 갑자기 '가'급으로 올리는 게 어떻냐고 했는데, 신변보호가 아니라 우리를 감시하려 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물때만 되면 우리집에 (경찰이) 와서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정 지부장은 “자가용을 타고 인천 쪽으로 진입하면 경찰 측 차량이 따라붙는다”며 “다른 탈북민들의 차량도 특정 지역에 진입하면 경찰 측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붙는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이 실제 대북전단 살포 예방 차원에서 일부 탈북민들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 이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앞서 한국 경찰은 지난 5월 대북전단 살포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보, 정보, 경비, 교통 기능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 즉, 특별조직을 구성한 바 있습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TF조직이라기보다는 경찰 내부 협업을 위한 회의체 성격으로 지난 4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이후 구성됐다”며 “그 이후 대북전단과 관련된 활동이 벌어지지 않아 회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측이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탈북민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과거 관련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관련 절차와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