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건 관련자들을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각하한 것에 대해 위헌적인 처사라며 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지난 2019년 11월 한국 정부가 탈북한 어부 2명을 판문점으로 강제북송시킨 사건과 관련해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외교부장관,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고발했습니다.
살인방조, 직권남용, 감금교사, 증거인멸, 직무유기 등의 혐의입니다.
검찰은 2년 만인 지난 11월 12일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고 이에 물망초는 9일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접수하며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한국 검찰이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위헌적 처사”라고 밝혔습니다.
항고장을 작성한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각하 처리가 부당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먼저 이 대표는 “북한이탈주민법에 비정치적 범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보호대상자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지, 탈북민 추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주권이 미치는 영역으로 들어온 즉시 한국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엉뚱한 규정을 갖고 강제추방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탈북민 선원 강제추방에 대한 법률적 근거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정착금을 지급하거나 주택을 제공하거나 교육, 의료, 취업, 기초수급 등 혜택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데 관련한 규정이지 보호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붙잡아다가 북쪽으로 강제로 내쫓을 수 있다는 규정이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엉뚱한 규정을 가지고 북쪽으로 강제추방을 했다는 게 잘못된 것이고요.
이 대표는 또 탈북민 선원이 흉악범으로 난민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북한으로 송환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난민법은 한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이 한국으로 들어와서 살겠다고 신청할 때 적용 가능한 것이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에게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난민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우리나라에 살려고 들어왔을 때 정치적인 박해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살겠다고 했을 때 적용하는 법이지 북한 주민에 대해서 난민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난민법 규정을 들어서 추방한다는 것도 불법이라는거죠. 잘못된 것이라는 거죠.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고문을 받을 상당한 우려가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북한은 고문방지협약 미가입 국가입니다.
지난 5월 북한으로 송환된 선원이 처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 내 중대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는 비영리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1월 이들의 생사 확인을 북한에 권고해달라는 진정서를 유엔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 대표는 이밖에 한국 정부의 강제북송 결정과 행정 과정에서도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탈북민 선원의 범죄 혐의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할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범죄 혐의를 수사해야 하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적법한 사법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행정관청이 행정처분 형태로 탈북민을 추방한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탈북민 선원 강제북송 사례가 향후 북한 주민들의 탈북 시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했습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이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죠. 북한을 탈출하고 싶어도 남한 당국이 우릴 잡아다가 북쪽에 다시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는 거죠. 이건 굉장히 중대한 문제입니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 2일 한국 정부는 동해에서 한국 해군에 나포된 탈북민 선원 2명을 합동조사 이후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북송했습니다.
정부는 탈북민 선원 2명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반인륜적 범죄자였고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에 의한 강제송환 첫 번째 사례이며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자신이 직접 북송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3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과 그 정권은 아마도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