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국경봉쇄 영향으로 올해 대북송금을 한 한국 내 탈북민은 작년보다 5.7%P 줄어든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북한으로 송금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이 다섯 명 중 한 명 수준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와 북한시장조사 전문 리서치기관인 엔케이소셜리서치(NKSR)가 28일 발표한 ‘2021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북송금 경험이 있는 탈북민은 전체 조사 대상자 407명 중 85명, 20.9%입니다.
이는 작년 26.6%에 비해 5.7%P, 지난 2019년에 비해 7.6%P 낮아진 수준입니다.
성민주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분석원은 올해 대북송금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탈북민들에게 이유를 묻자 “28%가 돈이 없어서, 18.9%가 송금할 가족이 없어서, 32.6% 기타 이유를 선택한 대부분은 코로나 비루스에 따른 국경봉쇄로 지인, 브로커와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국경봉쇄의 여파는 송금 횟수 등에서도 드러나는데 1회 송금한 평균 액수는 209만 원, 미화로 약 1천 758달러 수준으로 1천 390달러 수준의 작년보다 늘었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송금한 평균 횟수는 1.5회로 작년 1.8회보다 줄어들었습니다.
1년 총 추정 송금액을 따져도 작년 2억 9978만 원, 약 27만 5659달러에서 올해 2억 4520만 원, 약 20만 6310달러로 4만 6000달러 가량 감소했습니다.
북한으로의 송금을 의뢰한 브로커는 중국 조선족이라는 응답이 38.8%로 가장 높았고 탈북민이 17.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성민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조사분석원: 올해 전반적으로 탈북민의 대북송금이나 대북연락은 코로나 비루스로 인한 국경봉쇄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대북송금을 하지 않은 이들의 가장 큰 이유는 송금해줄 가족이 없어서 또는 송금할 만한 돈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크게 나타났고 기타를 꼽은 32.6% 중 대부분의 의견은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브로커와 연락이 끊겨 송금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활동 수준을 살펴보면 올해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6.8%로 63.1%의 한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고 특히 탈북민의 실업률은 최근 10년 간 가장 낮은 수치인 2.9%를 기록해 2.8%의 일반 국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가영 북한인권정보센터 인권조사디렉터는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마냥 좋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탈북민 취업자들의 직업 안정성 문제입니다.
탈북민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를 살펴보면 1개월 미만의 고용계약을 맺거나 일일단위로 일하는 일용근로자가 28.4%로 4.5%의 일반 국민 비율보다 약 6배 높게 나타났으며 특정한 일이 없는 한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는 상용근로자는 일반 국민 54.5%보다 낮은 43.6%에 그쳤습니다.
탈북민 임금근로자들은 평균임금에서도 192만 4500원, 약 1천 619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아직 일반 임금근로자 평균임금인 273만 4000원, 약 2천 300달러의 70.4% 수준입니다.
또 탈북민의 생계비 수급비율은 작년과 같은 32.4%로 나타나 2020년 기준 일반 국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인 4.1%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가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조사디렉터: 실업률은 작년 대비 4.8%P 감소한 2.9%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들어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정적인 취업 상황을 보여주는 상용근로자의 비율은 줄어들고 임시근로자, 혹은 본인 스스로의 사업을 마련하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늘었다는 점에서 마냥 취업의 안정성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점도 있겠습니다.
이밖에 본인과 가족이 저축을 하고 있는지 질문에 대해서는 52.8%가 저축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구체적인 저축액까지 밝힌 탈북민들의 한 달 평균 저축액은 63만 6000원, 약 535달러였습니다.
생활 만족도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39.1%가 아주 만족, 35.1%가 약간 만족한다고 답해 대략 네 명 중 세 명(74.2%)이 한국에서의 생활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응답자는 18.5%였는데 이들의 77%는 고향과 가족이 그립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에 대해 처벌이 필요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52.6%로 과반을 차지했고 침해 유형과 피해 정도를 따져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은 38.3%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12일 간 한국 내 탈북민 4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P입니다.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조사’는 한국 최초로 탈북민의 경제활동 동향을 정기적으로 조사해온 것으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