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한미 역할분담한 듯…북한 설득은 한국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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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양국이 함께 종전선언 문안 작성을 하지만 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은 한국이 진행하도록 역할분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 문안 작성을 협의하지만 문안 작성 완료 이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오는 것은 한국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됐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한국 당국자와 각각 이야기를 나눈 이후 내린 판단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이 종전선언 문안 작성 완료 이후 북한을 초청해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며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제안이 함께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과의 논의가 공개로 진행될지 비공개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기본적으로 한미가 역할분담을 한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북한에게 전달하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까에 대해서는 한국이 나서서 하는 그런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고요. 공개적으로 할지 비공개적으로 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한을 초청해서 한미가 준비한 종전선언에 대해서 (한국이) 설명을 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 같고요). 예상되는 것은 역시 인도주의적인 지원 문제를 한미가 계속 논의해왔고 또 상당부분 준비가 됐다고 하니까 그 이야기가 같이 될 가능성이 있고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전선언 문안의 조율이 끝났다고 하면 세 가지 내용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전쟁 종료에 대한 의지를 담은 내용, 평화협정까지는 정전협정이 유효하다는 내용, 미국이 강조하는 비핵화 문제와 북한이 말하는 이중잣대 문제와 관련한 언급”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키워드는 세 가지 정도가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하나는 전쟁이 끝났다는 의지가 들어갈 것이고 또 하나는 평화협정시까지는 정전협정이 유효하다는 것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세 번째로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이중잣대 문제라든지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비핵화 문제라든지 상호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구체성이 들어간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합니다.

종전선언을 제안 받을 경우 북한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예상을 놓고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종전선언 추진에 의욕이 없으며 따라서 종전선언 협의에 나서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은 계속해서 관망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남 교수는 또 “북한이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와 맞장구를 쳤는데 내년 대선에서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낙선한다면 새로운 한국 정부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 문제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이나 추진 의욕 등이 없으며 한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고 특히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어떤 선언적인 종전선언에 나서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바라볼 것입니다.

박원곤 교수도 “북한이 지난 2019년 12월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이후 같은 노선을 유지했고 변경하려는 어떠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로 나올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고 바라봤습니다.

반면 양무진 교수는 “최근 북한이 미국, 한국을 향한 공개적인 비난을 하지 않았고 지난 9월 정치국 확대회의 등에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며 “대미ㆍ대남 메시지에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화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29일 미국 국무부는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종전선언 문안이 사실상 합의됐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은 대북 대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한미 간 온도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30일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에 이른 상태”라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종전선언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종전선언을 조속히 추진해 당사국 간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루길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