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탈달러화로 장마당 축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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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에선 북한 당국의 자력갱생과 탈달러화 기조로 장마당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간 경제단체인 한국무역협회가 31일 발표한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달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국경과 내륙에서 모두 하락했습니다.

신의주에서의 달러당 환율은 지난 11월 7천100원에서 12월 5천5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평성에서의 환율은 5천400원에서 4천8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한 북한 원화 환율의 경우 신의주에서는 지난달 650원에서 이번 달 610원으로 소폭 하락, 평성에서는 630원에서 650원으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달 환율 하락에 대해 북중 간 화물열차 운영이 재개되지 않음에 따라 대중교역 확대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 외화 가치 하락 추세에 대해 지난 2020년 10월부터 관찰되기 시작한 ‘탈달러화’, 즉 공용화폐로 사용되는 외화를 다시 북한 원화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의 여파인 것으로 보고 북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고명현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12월호’에 기고한 ‘북한의 탈달러라이제이션과 신뢰의 위기’ 보고서에서 현재 위안화와 달러는 지난해 10월 대비 각각 50%와 4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달러의 저환율 기조로 인해 장마당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계층과 돈주들, 그리고 북중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접경지역의 인구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통화 주권 회복을 위해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적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2009년의 실패한 화폐개혁을 연상시킨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의 자력갱생, 자급자족 그리고 탈달러화 기조 아래 장마당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8일 아산정책연구원 기자간담회): 현재 북한에서 관찰되고 있는 탈달러화 같은 현상은 북한의 돈주들 그러니까 민간 분야에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돈주들한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장마당이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계획경제로의 회귀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장마당과 달러 사용이 빠르게 확산된 원인이 주민들이 자국의 배급제와 화폐를 불신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명현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북한 내 외화와 시장이 사라지면 북한의 무역적자 문제는 완화될지 몰라도 국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