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할로윈(HALLOWEEN)이라는 미국 축제일을 맞아, 미국에서는 괴물이나 악마, 영화속 주인공, 유명 인사들로 가장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이 중에서 김정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벌어지는 할로윈은 죽음의 신을 찬양하는 고대 셀트족의 축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약 2천년 전 지금의 아일랜드 땅에 살았던 셀트족은 11월 1일을 새해 첫 날로 정했습니다.
셀트족은, 새해 전 날인 10월 31일 밤, 죽음과 삶의 경계선이 희미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밤에는 유령과 죽은 이들이 되돌아 올 것으로 생각하고, 죽음의 신인 소인을 찬양하는 의식을 벌였습니다. 의식을 벌이는 동안 동물의 머리가 가죽으로 변장을 했습니다. 셀트족의 축제는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모든 성인의 날인 11월 1일의 전날 밤 즉, 10월 31일 밤 행사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미국에 전래된 이 축제는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날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날 어린이들은 도깨비, 마녀, 해적 등, 흉측하고 무서운 괴물 모습으로 변장하고는 저녁때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사탕, 초콜릿을 얻어 갑니다. 하지만 할로윈은 어린이들만의 축제는 아닙니다. 어른들로 변장을 하고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 할로윈 변장을 한 무리들 속에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 맨하탄 시내에 위치한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한국어로 주문이라고 불리는 변장용품 가게에서는 선뜻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아브라카다브라를 운영하고 있는 폴 블럼(Paul Blum) 씨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김정일의 바글바글한 머리를 연상시키는 가발, 검은색 선글라스, 즉 색안경을 비롯해 군복을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lum: We sold wigs and sunglasses and military uniforms...
블럼 씨는 올해, 다른 정치인들을 본뜬 변장 용품의 판매가 저조한 속에서도, 김정일의 변장 용품은 찾는 사람이 제법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럼 씨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핵 실험 등에 따른 언론 보도에 힘입어, 올해 처음 블럼 씨 가게에 선보인 김정일 용품은 지금까지 약 8개가 팔렸습니다. 할로윈 축제가 거의 끝날 무렵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많이 팔린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핵폭탄 모형을 판매할 것을 제안하는 고객도 있다고 블럼 씨는 덧붙였습니다.
Blum: Say about 8, which is a lot to the end of the season... a woman suggested a nuclear bomb.
블럼 씨는 가발, 색안경, 군복 등을 한 데 모아 김정일을 연상시키도록 전시를 해 놨다며 고객들이 상당히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블럼 씨 가게에서 판매되는 김정일 가발은 55달러, 색안경은 14달러, 그리고 군복은 75달러 입니다.
블럼 씨는, 사람들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을 흉내 내길 좋아한다면서, 김정일 변장 용품을 가져다 놓은 것도 고객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Blum: People like to simulate what's in the news or the media... The customers saw and come and ask for that stuff.
한편, 올해로 25년째 맨하탄을 지키고 있는 블럼 씨의 가게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마녀의 긴 머리, 천사용 날개, 모형 칼이나 총은 기본이고, 테러 집단인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가면도 블럼 씨의 가게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블럼 씨는 매 10분마다 새로운 상품이 가게로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