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북한 고아들의 동유럽 이주를 주제로 한 기록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로마국제무비어워드의 최우수 장편기록 영화상을 수상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김덕영 감독은 지난 6월 25일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국제 영화제에서 첫 수상한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영향력 있는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더 주목 받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김덕영 감독: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화제들이 대부분 온라인 행사로 바뀌고 있어요. (로마국제무비어워드는) 온라인으로 새로 시작된 영화제인데요. 매달 주요 작품을 선정해서 상을 주고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좀 더 큰 영향을 주는 영화제에도 자극이 되어서 앞으로 국제영화제에서 더 많은 수상 기회나 관심을 얻어낼 수 있다면…
김 감독은 자신이 사재를 털어 제작한 이 영화가 한국에서 올바른 남북 통일과 평화에 관한 담론의 바탕이 되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이성과 합리적 시각으로 북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통일 교육의 자료로 쓰이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뉴욕국제영화제, 프랑스 니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일본, 영국, 아르헨티나, 미국 등 세계 각국 12개 영화제에 본선 진출하는 등 '김일성의 아이들'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상영관이나 관객, 그리고 영화계의 관심과 지원이 너무 저조하다고 김 감독은 주장했습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한국전쟁이 미처 끝나기도 전인 1952년, 냉전체제 하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위탁교육'형식으로 동유럽에 보내진 수 천명의 북한 전쟁고아에 관한 기록영화입니다.
김 감독은 지난 2004년 우연한 기회에, 1962년 헤어진 후 생사를 알지 못하는 북한인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루마니아 할머니를 만나면서부터 동유럽국가 내 북한 고아들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1950년대 최소 5천 여명의 한국전쟁 고아들을 루마니아를 비롯해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체코 등으로 보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려 했는데, 그 가운데 북한 교사와 학생들, 또 동유럽국가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는 참혹한 전쟁의 상처와 문화나 언어의 이질감을 극복한 사랑과 우정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김 감독이 2004년 만난 루마니아인 할머니의 북한인 남편도 루마니아에 전쟁고아들을 이끌고 간 북한 측 책임교사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고 결혼한 루마니아 할머니는 당시 남편과 함께 북한으로 갔지만, 1962년 어린 딸의 치료를 위해 딸과 함께 루마니아로 잠시 귀국한 후 북한의 입국 승인을 받지 못한 채 60여 년을 북한인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5개 동유럽국가에 생존해 있는 북한 전쟁고아들의 친구와 교사 등 11명에 대한 인터뷰, 각국 기록보관소 등에서 찾아낸 동영상과 문서, 사진, 그리고 북한으로 돌아간 전쟁고아들이 보낸 편지 등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김덕영 감독의 말입니다.
김덕영 감독: 사실에 기초해서 이 영화가 제작됐다는 것입니다. 제가 감독으로서 15년 동안,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고요. 루머(소문), 감상, 주관적 해석…이런 것들을 다 배제하고 정말 그 당시에 있었던 객관적, 역사적 사실이 뭐냐. 정말 그걸 증명할 수 있느냐…
동유럽교사와 학생들의 증언과 역사적 자료를 수집한 결과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었던 강도 높은 사상 검열과 주체사상 강화 운동이 1950년대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동유럽국가로 보내진 전쟁고아들에게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지났고, 평화로운 한반도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대북 교류와 경제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여전히 한반도는 대결과 갈등 구도 속에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기록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속에 담긴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극영화(fiction)나 웹튠 즉 인터넷만화영화를 만들어 더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할 의사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규민 탈북영화감독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배경으로 한 북한 인권 영화 '사랑의 선물'은 지난해 영국 런던 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그리고 미국 퀸즈세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북한 체제의 모순을 폭로한 러시아 출신의 기록영화 거장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태양아래'는 지난 2017년 러시아의 권위 있는 영화상 '니카(Nika)'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