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독일 대학들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측과 자매결연 학교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김일성종합대학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이경하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영문 웹사이트에 중국 베이징대학교 등 전 세계 여러 자매결연 대학들을 통해 학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와 현재를 포함한 자매결연 대학 목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10일 김일성종합대학 자매결연 대학 목록 영문 웹사이트를 확인해 본 결과, 독일의 경우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와 베를린 자유 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가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사진참고)

하지만 이 두 독일 대학교가 김일성종합대학과 아무런 협력 관계도 아니라며 김일성종합대학 자매결연대학 목록이 잘못됐음을 밝혔다고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두 독일 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 측에 홈페이지에서 대학명을 삭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김일성종합대학 측은 이들 대학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 매체는 이 두 대학교가 '북한 국적자에게 핵과 관련한 과학기술을 전수할 수 없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위반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김일성종합대학 측에 자매결연 학교 목록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에 따르면 인도주의적 교류협력 및 지원, 문화와 예술분야의 교류에 대해서는 제재에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 개발의 핵심적인 연구 기관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들 대학과의 교류를 제재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실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지난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대학의 최근 간행물에 핵프로그램 관련 연구가 포함돼 있다면서, 북한이 이 대학들을 통해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학술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Recent publications of Kim Il Sung University and Kim Chaek University of Technology include research related to nuclear programmes. This suggests that universities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ontinue research in academic fields which could contribute to the country's programmes related to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앞서, 이탈리아도 지난 2017년 3월 북한 국적자에게 핵과 관련한 과학기술을 전수할 수 없다는 대북제재결의 2321호에 따라 핵 연관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이탈리아 내 북한 유학생 5명의 전공을 강제로 바꾸도록 조치했다고 이행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이 매체에 따르면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대변인은 독일 분단 당시 1990년 이전 김일성종합대학과의 일반적인 협력을 언급하는 계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김일성종합대학 측과 현재 아무런 협력 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매결연 학교 목록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베를린 자유 대학교 대변인도 김일성종합대학 측이 자매결연 학교 목록에 자신의 대학 이름을 넣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로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독일 대학들이 김일성종합대학과 자매결연 대학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김일성종합대학이 다른 대학들도 협력해야 할 정상적인 학술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길 원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김씨 가족 정권이 평판을 높이려는 선전일 뿐이며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국장: 이런 상황에서 외국 대학들은 국민과 정부, 유엔에 확실히 자매결연 대학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 예방차원에서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 대학들이 자매대학 목록 삭제 요청을 했지만, 김일성종합대학 측이 무시하는 이유는 북한 최고위층의 승인이 필요하고 직접적인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한편,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지난 3월 김일성종합대학과 과거, 현재 학술교류를 한 적이 있거나 자매결연을 맺은 전 세계 37개 대학에 정보를 요청했지만, 단 9개 대학에서만 학술교류나 협력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과의 학술교류가 없다고 밝힌 대학 중 서한이 공개된 대학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대학(University of Belgrade), 슬로바키아의 코메니우스대학(Comenius University in Bratislava), 알바니아의 티라나대학(University of Tirana), 불가리아의 소피아 대학(Sofia University St. Kliment Ohridski), 이집트의 카이로대학(Cairo University), 알제리의 알제리1대학(The University of Algiers) 등 6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