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손전화 중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손전화가 있는 가정은 어른이나 아이 가릴 것 없이 전에 없던 걱정거리가 하나 생깁니다. 바로 손전화 중독 현상인데요, 잠시도 손전화를 내려놓지 못하고 수시로 손전화를 열어 뭔가 확인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영국에서 지난해 나온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성인들은 평균 12분에 한번씩 손전화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통보문이나 이메일, 전자우편이 새로 들어왔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겁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데이터 요금을 내고 인터넷에 손전화를 연결하면 추가 요금없이 얼마든지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손전화를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손전화를 놓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전화부터 찾는 겁니다. 식당에 가면 혼자 밥을 먹으면서 손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업무상 받은 이메일을 여는 데는 평균 6초밖에 안 걸립니다. 이메일이 새로 들어와도 바쁘면 나중에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새 이메일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들어오면 참지 못하고 바로 확인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도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일반주민들에게 인터넷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메일을 확인할 일은 별로 없겠네요. 하지만 길을 걷다가도 손전화를 자꾸 열어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할 겁니다. 기다리는 전화나 통보문이 있으면 더욱 그러겠죠. 손전화 중독은 이메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손전화에 내려받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도 많죠. 인터넷에 연결해서 동영상을 보다가 데이터 요금폭탄을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손전화 게임에 중독된 사람도 많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희 집만 보더라도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저희 아들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손전화 게임을 합니다. 어떨 때는 텔레비젼을 켜 놓고 숙제를 하는데, 그 와중에 친구들과 손전화로 통보문도 수시로 주고받습니다. 북한 가정에서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손전화 게임에 빠져서 식구들끼리 대화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마다 손전화만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이러다 보니까 노모 포비아, 모바일 결핍 공포증이란 말까지 생겼습니다. 손전화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손전화가 없으면 손톱을 물어뜯고 쉴 새 없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안절부절한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해 게임중독도 질병이라고 규정한 걸 보면 게임중독이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손전화 게임에 빠진 사람들도 당연히 여기에 해당되겠죠. 특히 북한에서는 일반주민들에게 인터넷이 차단돼 있기 때문에 지능형 손전화, 스마트폰을 갖고 있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주로 손전화에 내장된 게임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하든, 게임을 하든 손전화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쓰는 전자기기가 됐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손전화를 들여다 보는 시간은 하루평균 3시간 40분, 한 달로 치면 100시간이 넘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보통 텔레비전부터 켜는데,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손전화가 이미 추월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무분별한 손전화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서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음성통화와 통보문, 데이터 사용을 못하게 막는 겁니다. 북한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손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같겠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