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와이파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북한으로 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해당하는데요, 각 정당별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 공약을 개발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공약들 중에 눈길을 끄는 게 하나 있었는데요, 공공 와이파이,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와이파이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손전화망을 통하지 않고도 자료 통신 봉사,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선 자료통신 회선에 무선 접속 장치, 흔히 공유기라고 부르는데요, 이 장치를 연결하면 와이파이가 작동합니다. 와이파이 신호가 닿는 곳에 손전화나 컴퓨터가 있으면, 무선으로 자료 통신 봉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과부하만 걸리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같은 공유기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공유기의 성능이 좋으면 건물 밖 길건너에서도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지만, 보통 가정용 공유기는 자기 집주변을 벗어나면 신호가 너무 약해 소용없게 됩니다.
가정에서 개인이 쓰는 와이파이는 통신회사에 따로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신청해야 합니다. 집근처에서 다른 사람이 내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걸 막고 싶으면 비밀번호를 걸어 두면 됩니다. 직장이나 식당, 찻집에서도 아무나 쓰지 못하도록 와이파이에 비밀번호를 걸어 두지만, 직원들이나 손님들에게는 비밀번호를 알려줍니다. 직장에서는 업무용으로 와이파이가 필요하고, 식당이나 찻집에서는 손님들을 끄는 수단으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거죠. 도서관이나 학교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를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저도 미국에 살면서 동네 공공도서관에 자주 가는데요, 무료 와이파이에 지능형 손전화나 노트컴을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서울시에서는 몇 달전부터 마을버스에 무료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해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요금 걱정없이 사진이나 동영상, 음성파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까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하고 유익합니다. 요즘에는 음성통화와 통보문을 보낼 수 있는 앱을 지능형 손전화에 내려받을 수 있어서, 와이파이만 되면 굳이 손전화 통신망을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손전화만 들여다보고 사는 사람들은 와이파이 공유기가 설치된 곳을 만나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가에 온 것 같이 반깁니다.
북한에도 제한적이나마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죠. 북한에서는 와이파이를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이라고 부르는데, 평양 주민들에게 ‘미래’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2018년말 선보였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심카드가 없어도 지능형 손전화로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 있지만, 북한은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심카드가 있어야 손전화로 와이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 이용자들을 감시하고 서비스를 통제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일 겁니다.
와이파이에 접속해도 인터넷 연결은 차단돼 있고, 북한 당국이 허용하는 인트라넷 상의 홈페이지만 볼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 사용자를 제한하고 감시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볼 수 있는 정보의 내용도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그물망을 피해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평양 대동강 구역에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해 있는데, 위성으로 인터넷 신호를 받아서 대용량 공유기로 대사관 직원들에게 와이파이 서비스를 합니다. 이 와이파이 신호가 대사관 주변에서도 잡히기 때문에 이 근처를 서성이면서 와이파이에 접속한 평양 주민들이 있었다는 거죠.
북한 당국도 이걸 뒤늦게 파악하고 단속을 벌였습니다. 대사관들에 와이파이 출력을 낮추고 비밀번호를 걸어서 아무나 접속하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와이파이는 공공적 성격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덜어주고, 누구나 정보의 바다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업체들도 와이파이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의 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견고하고 높은 벽을 쌓아 올리고 있는 북한과는 대조적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