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북한 손전화 요금 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에서 손전화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분기별로, 그러니까 석 달에 한 번씩 기본요금 3천 원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매달 200분씩 음성통화를 할 수 있고, 문자 메시지, 북한에서는 통보문이라고 하죠, 이걸 20개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불 요금제도입니다.
손전화 서비스 선불 요금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손전화 이용자가 요금을 미리 낸 다음에, 통화할 때마다 분당 얼마, 혹은 10초당 얼마, 이런 식으로 잔액을 계속 줄여 나갑니다. 반대로 후불 요금제는 보통 한 달에 한번씩 그동안 사용한 손전화 서비스를 모두 계산해서 한꺼번에 냅니다. 한달에 한번씩 손전화 서비스 외상값을 갚는 셈입니다.
선불 요금제는 후불 요금제에 비해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후불 요금제는 외상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본요금이 높거나 보증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비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외상값을 떼일 염려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1년이나 2년 장기계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간에 다른 손전화 서비스로 옮겨가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죠.
반면에 선불 요금제는 기본요금이 없거나 있어도 굉장히 낮습니다. 북한에서는 석 달에 기본요금3천 원을 내고 있는데, 제가 만나본 탈북자분들은 그냥 공짜로 매달 200분씩 통화시간을 받는다고 많이 얘기하더군요. 그만큼 기본요금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통화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편리하면서 부담이 없는 방식입니다.
선불 요금제가 활성화된 나라들을 보면 가입절차가 간소합니다. 후불 요금제처럼 외상값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신원확인을 굳이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선불 요금제는 미리 서비스 이용료를 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용자의 신용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한 달 이용내역이 담긴 청구서를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보내고, 이용료를 모두 받아내야 하는 수고도 없습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는 동네 가게에서 선불 요금제 손전화 단말기를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개통해서 쓸 수 있습니다.
부모들도 선불 요금제를 좋아합니다. 후불 요금제에서는 아이들이 손전화에 빠져서 무턱대고 전화를 쓰다 보면 월말에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데, 선불 요금제는 돈을 낸만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선불 요금제는 이런 일반적인 특성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우선 등록절차가 까다롭습니다. 감시와 통제 사회의 특성 때문이겠죠. 물론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주민들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각납니다.
값싸고 편리한 손전화 서비스를 보급한다는 선불 요금제의 기본취지도 북한에서는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단말기 자체가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당국이 독점판매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겠죠. 여기에서 생기는 수익은 고스란히 북한 당국과 중간에서 단말기를 빼돌린 장사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매달 기본200분 통화시간을 다 쓰고 새로 통화시간을 충전하려고 보면, 갑자기 요금이 껑충 뜁니다. 기본 통화시간의 10배가 넘는다고 하죠.
이렇게 북한식의 선불 요금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당국의 편의가 가장 크게 고려됐을 겁니다. 후불 요금제는 청구서 발송에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들지만 선불 요금제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요금 결제와 징수도 선불 요금제가 훨씬 간단합니다. 이용자에게 그 자리에서 받으면 되니까요. 반면에 후불 요금제는 은행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결제도 북한에서 상상하기 어렵구요. 선불 요금제는 이용료를 미리 받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금운용에도 여유가 많이 생깁니다.
북한 손전화 요금제도를 들여다 보면 북한 당국이 왜 손전화를 일반 주민들에게도 널리 보급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더 자세하게 알아 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