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전화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화돈. 북한에서 나온 지 오래된 분들은 이게 뭔지 모르시더군요. 전화돈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있다는 분들을 어렵사리 만나서 얘기해 보면, 한국에서 중국 브로커를 거쳐서 북한 가족들에게 보내주는 돈인줄 알고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탈북자 분들도 전화돈을 잘 모르니, 외부에서는 더더욱 북한 전화돈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별로 없겠죠.
전세계적으로 북한 전화돈과 비슷한 모바일 머니가 유행하고 있기는 합니다. 말 그대로 움직이면서 쓰는 돈이란 뜻인데요, 손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편하고 간단하게 돈을 서로 주고받고 또 저장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손전화 안에 돈지갑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준 돈을 이 지갑에 넣을 수도 있고, 어디 다른 데서 받은 돈을 이 지갑에 넣고 다닐 수도 있는 거죠. 물론 현금이 직접 움직이는 건 아니고, 전산처리하는 겁니다.
모바일 머니가 있으면 아주 편리합니다. 웬만한 은행업무는 이 모바일 머니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은행에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누구한테 돈을 보내려면 통보문을 보내듯이 그 사람 손전화로 쏴주면 되고, 상대방도 내 손전화 번호만 알면 돈을 보내 줄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 물건 값을 치를 때에도 이런 식으로 돈을 쏴줍니다. 듣고 보니 북한 전화돈과 비슷한 점이 많죠.
그런데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모바일 머니는 말 그대로 돈입니다. 내 손전화에 들어있는 모바일 머니가 100달러라면 봉사소에 가서 이걸 보여주고 1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현금 대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북한 전화돈은 손전화에서만 돌아다니는 돈이죠.
매달 200분 기본 통화시간을 다 쓰고 나면 기본150원 전화돈으로 넘어갑니다. 전화돈은1분에 4원20전씩 빠져나가니까, 150원으로35분 정도 통화할 수 있겠네요. 기본 200분은 그 달에 안 쓰면 없어지지만, 다행히 전화돈은 안 쓰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돈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북한 당국은 전화돈을 통화요금이라고 부르던데, 전화돈이 훨씬 실제 기능에 더 가까운 용어로 보입니다.
모바일 머니 100달러는 수수료가 좀 붙기는 하지만 거의 현금 100달러의 가치가 있는데, 전화돈 100원의 현금가치는 계산이 좀 복잡하더군요. 저도 처음에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최근까지 평양에서 살았던 분은 봉사소에서 10달러를 주고 전화돈 830원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전화돈 100원에 1달러가 좀 넘는 거네요. 혜산에서는 전화돈 100원이 중국돈10위안 정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돈 100원이 내 손전화에 남아 있어도 봉사소에서 현금1 달러 혹은 10위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북한 당국은 전화요금을 받는 데 더 골몰하고 있나 봅니다. 달러나 위안화로 충전카드를 팔면 이득이 많겠죠. 반대로 주민들이 가져온 전화돈을 현금으로 내주면 그만큼 손해가 생길테니까요. 전화돈이 진정한 의미의 돈 역할을 하려면 북한 당국이 손전화 이용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서 이런 제약을 풀어야 가능할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