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모바일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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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모바일 머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북한 전화돈에 대해 얘기하면서 모바일 머니에 대해 잠깐 알아봤죠. 오늘은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전화돈과 달리 모바일 머니는 손전화에 들어온 액수대로 봉사소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다고 한 거 기억나시나요? 물론 수수료는 조금 내야합니다. 내 손전화에 들어 있는 돈을 다른 사람 전화번호로 쏴줄 수도 있습니다. 손전화 요금도 모바일 머니로 내고, 식당이나 상점, 택시에서도 모바일 머니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나래카드나 전성카드처럼 현금없이 전자결제를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모바일 머니는 은행계좌가 필요 없습니다. 자기 손전화 번호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나래카드나 전성카드 보다 더 편리하겠네요. 물론 남들 보는 앞에서 카드를 꺼내서 보란듯이 결제하는 멋을 부릴 수는 없겠지만요.

북한도 요즘엔 당국이 전기요금을 받는다고 하죠. 모바일 머니가 있으면 전기, 수도, 가스 요금도 손전화로 간편하게 낼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매달 받는 임금도 손전화로 들어옵니다. 모바일 머니 사용기록이 좋고 신용이 괜찮으면, 대출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출금은 내 손전화로 들어오고, 매달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갚아 나갈 때도 모바일 머니로 결제합니다.

한마디로 모바일 머니만 있으면 은행에 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바일 머니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개발국이 많죠. 경제가 낙후되다 보니 은행이 많지 않고, 보통 사람들은 은행에서 상대해 주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돈이 빨리빨리 제대로 돌아야 하는데, 은행 문턱이 이렇게 높다 보니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손전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에서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평균 30% 정도밖에 안되지만, 손전화는 70%가 넘는 사람들이 갖게 된 겁니다. 손전화 회사들이 이걸 놓치지 않고 사업으로 연결시켰습니다. ‘단번도약’을 원했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손전화 회사들이 제안한 모바일 머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특히 케냐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엠페사로 불리는 모바일 머니가 보급되면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은 시골에 사는 부모들이었습니다. 자식들이 도시에 나가서 번 돈을 아주 편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 전까지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택시, 버스 회사에 송금을 맡겼는데, 배달사고가 많이 났습니다. 중간에 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돈을 맡은 사람이 도망갈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엠페사가 들어온 다음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직도 현금 위주로 거래하는 북한에서는 꿈같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도 모바일 머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북한의 계간 학술지 ‘경제연구’에 나온 논문을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주민금융봉사를 활성화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문제’라는 긴 제목의 논문인데요, 모바일 머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단번도약을 위해서는 손전화와 전자결제를 정교하게 결합시켜서 주민들에게 널리 보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바일 머니를 도입하려면 초기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합니다. 수많은 봉사소를 세우고 거기서 일할 사람들을 채용하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야겠죠. 은행을 못 믿고, 북한돈도 못 믿는 주민들에게 무턱대고 손전화 봉사소를 믿고 큰 돈을 맡기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