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부정부패 세계 최악...주민∙간부, 뇌물 없인 못 살아”

압록강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압록강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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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전 세계에서 정부기관과 간부들의 부패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정광일 씨는 몇 해 전에 중국에 갔다가 북한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일 때문에 잠깐 중국에 나왔다는 그 지인은, 북한에서 자식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정광일: 자기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일명 '일진'인데, 누굴 때렸는 데 죽었답니다. 애를 꺼내야 하는데 날더러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을 죽였으니 살인이잖아요. 3천불이면 자기가 꺼낼 수 있다고, 아니면 감옥가야 한다고. 그때 3천불은 안돼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갔어요. 나중에 나한테 소식이 온 게, 아들 꺼냈다고..

정 씨는 지금도 북한에서는 방침사건, 즉 지도자의 지시를 어기는 사건이나 간첩사건만 아니면 돈을 주고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북한 당국은 부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비영리단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22일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100점 만점에 17점을 맞아 180개국 가운데 172등에 올랐습니다. 최악의 점수로 분류된 건데 그나마도 지난 해보다 한 계단 더 떨어졌습니다.

이 단체의 알레한드로 살라스(Alejandro Salas) 아시아지역 담당국장은, 북한은 정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서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언론의 자유는 물론 표현의 자유마저 없어 이러한 상황이 드러나고 고발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살라스 국장은 또, 북한의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경제가 더 악화되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간부층마저 분열되면서 보안체제가 더 느슨해진다면 북한의 정권교체를 통한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광일 씨는 북한의 사회구조상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뿌리 뽑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정광일: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악습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먹이사슬로 돼 있는데 그 사람(간부)들이 뇌물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잖아요. 식량지원이라든가 그런 게 크게 없고 국가배급이 제대로 안 돼 있으니 간부들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한편, 한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59점을 받아 39위에, 그리고 미국은 69점을 받아 23위에 올랐습니다. 1위는 87점을 받은 유럽의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