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폭우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일대의 살림집 복구 사업을 도내 각 기관 기업소들에 떠맡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 노력은 물론 복구에 필요한 자재 등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된 공장 기업소들의 불만이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도당위원회가 도내 주요 기관과 공장, 기업소들에 폭우피해 지역에 들어설 새 살림집 건설과제를 부과함에 따라 신흥군, 영광군, 락원군, 홍원군 등 여러 곳에서 살림집 복구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흥군의 경우, 다층살림집(아파트) 건설은 군대가 맡고 단층살림집(땅집) 건설은 도가 담당했다”며 “인민위원회, 농촌경리위원회, 무역관리국, 수산관리국을 비롯한 도급 기관들과 주요 공장 기업소들에 살림집 건설과제를 부과한 도당위원회는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도록 목표를 정하고 관련 기관 기업소 간에 경쟁을 붙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엔 특별히 수해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세부담을 시키지 말라는 당중앙의 방침과 함께 시멘트, 철근, 휘발유 등의 일부 건설자재와 필요물자는 중앙에서 보장하고 목재, 기와 등은 도에서 자체로 보장하게 되어 있다”며 “하지만 국가는 물론 도에서 보장한다는 건설자재와 물자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에 건설을 맡은 각 기관 기업소들은 공사 시작부터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특히 건설자재와 물자를 운반할 윤전기재와 윤전기재에 필요한 연유가 결정적으로 부족하며 집을 짓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래와 자갈도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데 공사 시작부터 모래와 자갈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라면서 “그래도 공장을 가동해 생산물이라도 내는 공장들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자금과 자재 부족으로 가동을 하지 못하는 공장 기업소들은 결국 종업원들로부터 돈을 거두거나 8.3과제를 많이 줘 수해복구건설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각 지역에서 온 수해복구노력들은 당창건기념일(10월10일) 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해 천막이나 비닐 박막을 치고 현장에서 숙식하면서 주야간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피해복구는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중앙기관과 평양시를 비롯한 다른 도에서 지원물자가 온다고 하지만 건설자들의 식사는 노란 강냉이밥과 한두가지 남새 반찬이 고작이며 숙소의 조건도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금야군에서도 수해지역 살림집 건설에 군 안의 모든 공장 기업소가 동원되고 있다”며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재와 물자는 중앙과 도에서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시멘트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공급되는 것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목재만 보더라도 임지(임야) 몇 ㎥에 있는 나무를 베어서 사용하라는 지시만 받은 상태여서 각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로 임지에 인원을 파견해 벌목을 해서 싣고 내려와야 하며 제재(목재가공)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금야군에는 제재소가 두 곳 있는데 이번 수해복구 공사로 인해 큰 돈을 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군당 간부들이 각 기관 기업소와 인민반에 나와 ‘우리 이웃이 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았는데 어떻게 구경만 하겠는가’라며 총비서동지도 걱정하고 있으니 모두가 돈이든, 노력이든 조금씩이라도 내서 이웃을 돕자는 내용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며 “인원이 적은 소규모 기관들은 건설에 쓸 자금과 휘발유를 군당에 바쳐야 하며 읍내 모든 세대(가구)에도 막돌 20개, 작은 자갈 5바껫쯔, 모래 20바껫쯔, 못 등을 바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가두여성(주부)들도 군 여맹이 조직한 ‘여맹돌격대’에 소속돼 브로크(블록) 찍기작업에 동원되고 있는데 가두여성들은 새벽에는 또 인민반별로 맡겨진 도로복구작업에 동원된다”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수해복구작업에 동원되어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은 후과가 두려워 감히 당국에 대해 욕을 하지는 못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폭우를 내린 하늘에 대고 큰 소리로 욕을 퍼붓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